2018. 6. 9. 04:56

시간강사 처우 개선 위한 김영곤 강사의 외침, 여전히 진행 중

[헤드] 시간강사 처우 개선 위한 김영곤 강사의 외침, 여전히 진행 중

HOANS(고려대 정경대 학생신문) 기사

 

[중간제목] 민주광장 텐트는 무엇을 외치고 있나

 

[본문]

본교 민주광장에는 텐트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본교생이라면 민주광장을 지나가다 한 번쯤 보았을 법한 이 텐트는 강사 교원신분 회복한 강사법 즉각 인정하라라는 현수막 문구가 이야기하듯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외로운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김영곤 강사의 농성 장소다.

 

김 씨는 2005년부터 본교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는 시간강사로 일하며 강사료 인상 및 인원 조정 등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김 씨는 2006년부터 강사 교권 지위를 회복하기 위한 활동에 나섰으며, 2007년부터는 국회 앞에서 농성을 해왔다. 2011년에는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이하 대학강사노조)을 결성해 본교에 단체협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 씨의 주요 요구는 강사료 인상 성적 산출 방식의 절대평가로의 전환 강사의 건강진단 등이었으며, 본교와의 협상이 결렬되자 본관 앞 텐트 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김 씨는 2013년에 이르러 본교의 ()박사 강사 임용제한 지침을 이유로 강사직을 잃었다. 박사 학위가 없는 강사를 임용하지 않겠다는 논리였다. 이후 법정 공방이 이어졌으며 본교는 학과회의 임용추천의 부재로 김 씨의 해고 사유를 바꿨다. 해고무효 소송에서 김 씨는 결국 패소했지만, 이 사건은 대학 강사 교권에 대한 학내의 목소리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세종캠퍼스 경상대학의 강수돌 교수는 법정에서 계약갱신기대권을 인정받은 점을 들어 김 씨의 해고가 부당해고라고 주장했으며 대학원 총학생회는 김 씨의 부당해고에 대한 시위 농성을 벌였다.

 

[중간제목] 강사법 시행 직전 하달된 ()박사 강사 임용제한 지침

 

[본문]

김영곤 강사는 지난 20052학기부터 본교 세종캠퍼스에서 시간강사로 노동의 역사라는 전공과목을 강의해왔다.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던 김 씨는 2012년에 이르러 본교 본관 앞에서 이를 요구하며 강사료 인상 절대평가 확충 대형 강의 폐지 등을 주장하는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현재는 민주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는 서정민 조선대 강사가 교수 비리 및 시간강사의 논문 대필 등 부조리를 고발하며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강사법이 막 개정된 시점이었다. 개정된 강사법은 시간강사의 명칭을 다시 강사로 바꾸고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또한 계약 기간을 1년으로 연장하고 재임용 심사를 보장해 무분별한 해고를 방지하고자 한다는 내용 역시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당시 강사법 개정으로 시간강사에게도 대학교원 지위가 부여되자, 본교는 법 시행에 앞서 전공교과목 시간강사 자격을 박사 학위 소지자로 제한했다. 2013년 초 당시 김병철 총장은 비박사 강사가 교수의 품위를 떨어뜨린다며 학칙에 비박사 강사 임용제한 지침을 추가했다. 이 당시 김영곤 강사는 20131학기 강의가 결정된 상태였다. 수강신청도 마무리된 시점이었으나 김 씨의 강의 배정은 취소됐다. 갑작스러운 조치로 세종캠퍼스 학생들도 수강신청에 혼란을 겪었다.

 

[중간제목] 법원, ‘계약갱신기대권은 인정하나 부당해고는 기각

 

[본문]

김영곤 강사를 비롯한 대학강사노조는 고려대 측의 해고 통보는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해고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서울지노위)에 해고 무효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다. 하지만 서울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다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김 씨와 대학강사노조는 서울행정지방법원에 소송장을 냈다.

 

김 씨는 시간강사 계약기간은 형식에 불과할 뿐, 시간강사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심사 절차나 갱신 절차가 요구되지 않아 대부분 계약이 갱신됐기 때문에 계약 갱신 기대권이 존재한다라고 주장했다. 법원 역시 김 씨가 2005년부터 7년간 매 학기 시간강사 근로계약을 갱신했고 전공과목 강의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계약갱신기대권을 받아들이며 김 씨가 학교 측의 주장과 달리 기간 만료에 의한 위촉해약이 아닌 해고를 당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교원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노동자로서도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던 시간강사의 계약갱신기대권이 인정받은 최초의 사례다.

 

하지만 법원은 김 씨에 대한 해고 절차가 적법하지 않은 부당해고라는 주장은 기각했다. 김 씨가 박사 학위가 없다는 이유로 비박사 강사 임용제한 지침에 의거해 강의를 배정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소속 대학장에게 시간강사 계약 연장에 대한 재량권이 있는 상황에서 김 씨의 해임은 합리적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본교가 갑작스럽게 시간강사 임용에 박사 학위 조건을 추가한 것도 강사법이 시행되기 전 대학 재정 상 시간강사 수를 축소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본교가 취한 정당한 자격요건 강화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신분이 보장되는 강사 요건을 강화하고 학생들에게 보다 좋은 수업을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의 자격 제한결정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결국 김 씨는 이 판결을 통해 계약갱신기대권을 인정받았으나 해고의 부당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패소했다.

 

[중간제목] 표리부동한 학교 측의 주장

 

[본문]

학교 측은 1차 공판과 2차 공판까지만 해도 비박사 강사 임용제한 지침에 의해 김영곤 강사의 해임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임용제한 전 김 씨의 계약 연장을 결정한 본교 경상대학 강수돌 교수가 비박사이지만 김영곤 강사의 <노동의 역사, 노동의 미래> 등 다수 저작이 박사 학위에 준하는 이력이라고 증언한 바가 알려지고, 비박사 임용제한이 고등교육법상 법적 근거가 부족해 비박사라는 이유만으로 해고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명순구 당시 본교 교무처장은 돌연 공판에서 그간의 논거를 뒤집어 김영곤 강사는 비박사라서 강의배정이 안된 것이 아니라 학과에서 김 강사를 강사로 추천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된 것이라고 주장하기에 나섰다.

 

재판부는 비박사 임용제한 지침이 교무처장의 독단적 처사인지, 교무회의의 절차를 거친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관련 교무위원회 회의록 제출을 명령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공개 시 경영상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회의록을 비롯한 본교 비박사 강사 현황 비율에 대한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또한 비박사 임용제한과 관련해 교수들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사실상 해고 결정을 이끈 점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재판은 자료가 부족한 채 속개됐고 김 씨는 결국 부당해고를 인정받지 못했다.

 

판결 이후 학교 측은 패소한 김 씨에게 재판비용을 청구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김 씨와 대학강사노조가 소송비로 약 1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김 씨가 대학강사노조의 위원장이기 때문에 이는 실질적으로 김 씨에게 1천만 원을 보상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김 씨가 감액을 신청하자 서울지방법원은 소송비를 약 750만 원으로 감액했다. 김 씨는 항고했으며 이에 따라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2심을 진행하면서 김 씨가 학교 측에 소송비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본교가 재판비용 지출과 관련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지출한 내역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중간제목] 대학 시간강사 처우 개선, 아직도 멀었다

 

대학 강사의 교원 지위 문제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현재 대학에서 교수의 범주는 시간강사, 겸임교수 초빙교수, 비정년 트랙을 포함한 전임교수의 세 가지 종류가 있으며, 업무량에서는 차이가 작더라도 시급 및 처우에서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시간강사들은 보따리 장사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떠돌아다니는 신세나 다름없으며 계절 강의를 구하지 못하면 강제로 일시적이나마 실업 상태가 된다. 계약 해지 통보와 같은 절차 또한 부재한 실정이다. 오래도록 시간 강사들의 비극적인 죽음이 이어지자 정부는 법적 교원 지위 보장과 처우 개선에 관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시간강사법)을 내놓았다. 이 법은 2011년 국회를 통과했으나 강사에 대한 실질적 처우 개선을 유도하는 대신, 강사들의 대량해고만을 초래한다는 반발 속에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김영곤 강사는 이에 대해서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에 따르면 강사가 교원이 되면 해고과정에서도 계약기간의 잔존 여부만 판단하는 현재와 달리, 교육부 교원지위심사소청위원회 제소함으로써 당사자의 학문연구와 교육 내용에 비춰 해고가 정당했느냐를 따지게 된다. 그는 그러면 누구도 수긍하지 못하는 부당해고를 막을 수 있다. 이것이 강사가 교권 지위 회복이며 이는 학문의 발전과 사회에 대한 대안 제시, 학생의 학습권 회복과 연결된다며 앞으로도 강사법 시행을 위한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회 및 민주광장 텐트 농성을 지속하고 있으며 정경관 후문에서도 꾸준히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강사법은 강사도 교원이라고 규정한 고등교육법 제14조를 말한다.

 

그러나 시행은 7년째 유예 중이며 내년 11일 시행예정이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에 지난 3월 강사들이 강사법 시행 유예가 위헌이라는 소송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강사법의 입법 취지는 강사의 신분보장과 처우 개선 및 고용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에 있었다. 그러나 교원지위를 부여하면서도 교육공무원의 지위를 부여하지는 않았으며, 교원의 책임시수인 9시간을 적용하게 돼 강사들의 인원 감축을 위한 해고가 발생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 또한 비정규직 양산과 대규모 해고를 이유로 강사법 폐기에 동참했다. 대학 차원에서도 교과과정의 전면 개편의 어려움 및 입학 인원이 감소로 전임교수의 감축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강사들의 4대 보험 및 퇴직금 부담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을 제기하며 반대해왔다.

 

김영곤 강사는 이에 대해 대량해고는 과장된 것이라며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시간강사는 200755천여 명에서 201583천여 명으로 늘었다. 강사가 교원이 될 때의 부담 및 신규 채용과 퇴출은 항시 있는 일이며 1년 계약 시에 뒤따르는 방학 중 강사료 지급, 건강보험 보장, 퇴직금 지급은 강사에게 연구·교육자로서 최소한의 조건을 보장하는 일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대학강사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쟁본부와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도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장한 대량해고 대학의 재정난 대학원 운영의 부정적 영향 소송의 남발 등은 사실이 아니며 강사법 폐기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반발했다. 그들은 강사법 개정 이후에도 국립대 강사는 줄지 않았으며 사립대에서는 강사 대신 겸임교수나 명예교수 초빙교수 등을 임용해 강사와 비정규교수들의 수가 크게 줄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강사법은 전업강사들이 요구하는 기준과 대학들의 수용 기준의 차이로 인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강사법 시행에도 해결해야 할 점은 많지만, 더 나은 환경과 처우 및 안정적 일자리를 바라는 비정규교수들의 바람까지 표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교육환경의 개선은 우선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현상에는 사회 전반의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 및 대학의 영리화로 인한 경제적 이익 추구 등에 대한 다양한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김영곤 강사는 <복음과 상황> 327호와의 인터뷰에서, 교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신분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강사료 인상보다도 교원의 지위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시간강사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7년째 법적 보호 없이 떠돌고 있다. 단순히 대학의 문제가 아닌 청년들의 미래와 우리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숙고해보자는 것이 교원회복 운동의 본질이다라고 강조했다.

 

긴 시간 속의 싸움 속 실패도 이어졌지만, 유예를 통해 법안을 회복하는 등의 작은 성과도 있었다. 그는 “‘한 사람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 사람이라도 서 있으면 이정표가 된다. 고민과 토론의 실마리가 된다. 한 사람이라도 하지 않으면, 그건 없는 것이니까, 정말 끝이다라고 말하며 한 사람이 만들어낸 원동력이 사회의 변화를 위한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중간제목] 교수도 노동자다∙∙∙ 자유·정의·진리는 어디에?

 

[본문]

김영곤 강사는 해임되기 직전 강사 노조를 결성하고,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본관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학교는 박사학위가 없다는 점을 들어 일방적으로 김 씨의 해임을 결정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교무처가 무리하게 지침을 하달했으며 박사학위의 유무가 강사 계약 연장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 강사는 박사학위가 없는 것은 그간 문제가 없었다해고의 본질은 학생들의 수업권과 강사들의 교원지위 인정을 요구하는 강사에 대한 탄압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들도 김 씨의 복직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해고의 본질이 비판적인 강사에 대한 탄압이라는 주장에 동조했다.

 

김 씨가 해고가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농성을 벌이는 등의 활동으로 학교 측의 눈 밖에 났기 때문에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씨의 해고무효 소송에 증인으로 출석한 경영학부 강수돌 교수는 고려대가 진리와 정의, 자유를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면 학사행정, 대학의 모습, 교과과정에 이러한 모토가 일관되게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강사법 시행 전 학교 측이 부담을 느끼고 있었고, 강사 해임 권한이 학교에 귀속돼 있는 상황에서 학교 측의 피상적인 논리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유정의진리의 가치를 본뜬 과목을 개설한 학문의 전당이 보여야 할 모습이 무엇일지에 대해 학교 측의 진지한 고민과 전향적인 모습을 기대한다.

 

 

이재은·양다경·윤라경 기자

je8231@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