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14. 11:22

전봉주 강사 선생님을 기려며/자료




추 도 사

- () 전봉주 선생님을 기리며 -

 

이 자리를 빌려 감히 외람되게 고() 전봉주 선생님을 한 마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면, 저는 열정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이보다 더 전봉주 선생님과 잘 어울리는 단어가 있을까요? 자신의 열정으로 우리 모두의 허함을 채워주셨던 선생님. 부산가톨릭대학교 인문학연구소에서 해 왔던 수많은 일들이 전봉주 선생님의 열정이 없었더라면 과연 가능했을까요? 전봉주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진심 가득한 관심과 애정, 그것이 없었다면 저는 인문학연구소에서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전봉주 선생님께서 제게 짧은 이-메일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속에 삶을 매듭지으려 한다는 표현이 있었지만, 저로서는 이 표현이 무엇을 말하는지 도통 헤아리기가 어려웠습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과 연관된 그 표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봉주 선생님의 형님이셨던 이부현 교수님의 가라앉은 목소리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이 표현이 상상하기 어려운 그 표현이 맞는가?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며 저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제 문자 메시지를 통해 부음을 들으신 거의 모든 선생님들도 저와 마찬가지였으리라 느낍니다. 그저 이건 아닐 거야?’, ‘아니 이럴 수는 절대 없지’, 이런 생각의 도돌이표 안에서 공황 상태에 빠지는 일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어느 선생님께서는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가장 충격적인 일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전봉주 선생님께서는 타고난 철학자였습니다. 누구보다 정치하고 세심하게 텍스트를 해석해 내셨고, 누구보다 논리적이고 아름답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 내셨습니다. 인간을 포함하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긴 눈과 마음으로 삶을 살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겠지요.

이런 선생님이셨기 때문에 인문고전대학이라는 시민 인문 강좌를 부산을 대표하는 인문학 강좌로 만드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인문고전대학에 대한 수강생들의 깊은 애정은 이부현 교수님과 전봉주 선생님의 인격과 학문적 깊이 때문이었겠지요. 장례식장까지 찾아오셔서 함께 슬픔을 나눌 수 있었던 인문고전대학 여러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이제 10주년을 맞는 인문고전대학을 더는 전봉주 선생님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이 절망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진지하고도 정치한 학문적 이해를 학생들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표현해 주신 선생님의 강의는 말 그대로 명강이었습니다. 부산가톨릭대학교 선배 학생들이 후배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하는 교양 강의 1순위가 전봉주 선생님의 강의였습니다. 선생님 강의를 들으려 귀를 쫑긋 세우고, 눈망울 초롱초롱 빛내는 어린 제자들을 두고 어떻게 그렇게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혼자 떠나실 수 있었던가요? 그 어린 제자들의 상처를 어떻게 보듬어야 할지 두려울 뿐입니다.

성실하고 탁월한 연구자였지만, 안타깝게도 선생님의 연구는 결과물로 우리에게 거의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성과 사랑이라는 강의용 책자 하나가 출판된 연구 결과물의 전부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저는 선생님께서 연구하신 모든 자료를 수집하여 전봉주 선생님께서 다 전해주지 못 하셨던 마음을 누구나 엿보고 감동할 수 있도록 결과물을 생산하겠습니다. 그래서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선생님의 마지막 결단이 우리 모두에게 상처가 아니라 새로운 위로와 격려, 세상을 전망하는 새로운 눈을 갖게 만드는 일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전봉주 선생님. 한참 나이 어린 제가 슬며시 봉주야라고 부를 때면 늘 부드럽고 인자한 눈웃음으로 그래 와?’라고 응답해주시던 선생님을 이제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언제쯤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지금도 제 곁 어딘가에서 찬찬히 저를 쳐다보고 계실 것 같은 선생님을 어떻게 먼 곳, 저 먼 곳으로 보내드려야 할까요?

그러나 제 슬픔을 억누르고 이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선생님, 안녕히 잘 돌아가십시오. 가볍게, 평안하게 돌아가십시오. 그리고 우리들이 부르면 언제나 꼭 대답해 주십시오. 우리들이 무슨 고함을 지르든 잘 들어주십시오. 우리에게 선생님은 영원히 돌아가실 수 없는 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 주십시오. 영원한 자유 속에 평안함을 누리시도록 기도하겠습니다.’

 

2016310

후배 이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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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더루 16.03.10. 20:29
지금..영락원에 계실 시간이군요.
혼 자서 책으로만 대하던 인문학을 처음으로 강의로 접한것이 10년 전, 인문고전대학 제1기때의 전봉주 교수님의 하이데거 강의였습니다. 두 시간 강의 중 잠깐 주어지는 휴식 시간까지 교수님께 평소 궁금해하던 것들을 질문드리곤 했습니다. 다른 수강생한테 선생님의 휴식을 방해하는 무례한 학생이라고 야단을 맞았습니다만,교수님께서는 나무람은 커녕 기쁜듯이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주셨습니다.당시의 교수님 모습은 이후로도 한결같으셨고 지난 달 모임에서 뵐 때까지도 변함이 없으셨습니다. 무엇이 전봉주 교수님을 그렇게 서둘러서 가시게 했을까요? 이해도 안되고 아직도 먹먹하기만 합니다.
 
 
조한결 16.03.10. 19:15
저도 사람을 통해 인문학을 처음 접하면서 첫 만남이 전봉주 교수님이었고, 인문학이란 참 따뜻하고 인간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학문이란 느낌을 받았는데 그게 바로 전봉주 교수님에 대한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작년 시월 밀양에서 도끼로 나무를 패면서 "마님"놀이도 하며 재밌게 웃었는데 그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 합니다. 돌아오는 길 지하철로 집에 돌아오면서 독서토론모임에 대해 같이 얘기나누며 함께 쭈욱 하면 좋겠다 했었는데 이제 어쩌나 싶습니다. 백화경님 말씀대로 항상 중심을 잡아주시면서 독서토론을 참 잘 이끌어주셨는데 그 모습이 눈에 선한데 안 계신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청명(문영호) 16.03.10. 18:41
이럴수가~~!! 저는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직장암) 모든것을 잊고 다른생각을 할수가 없었습니다. 늘 걱정하여 주시며 병문안도 해 주시고 참으로 다정하신 교수님 이셨는데 그저 할말을 잊고 맙니다.앞으로 제가 어떻게 처신 해야할지 조용히 생각해보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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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 고민 대학 시간강사 유서 남기고 숨진 채 발견


부산일보, 이대진 기자
입력 : 2016-03-08 [23:03:08] | 수정 : 2016-03-10 [12:15:18] | 게재 : 2016-03-09 (9면)

부산에서 50대 대학교 시간강사가 과도한 빚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8 일 오전 10시께 부산 서구 한 주택에서 A(58) 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아들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숨지기에 앞서 가족들에게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잘 되지 않았다.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장문의 유서를 이메일로 보냈다. 이날 이메일을 확인한 아들은 아버지에게 연락이 닿지 않자 모 대학 근처에서 홀로 세들어 살던 A 씨 집을 방문, 숨져 있는 아버지를 발견했다.
 
경찰은 이메일 유서에 채무 문제 등이 거론된 점으로 미뤄 A 씨가 거액의 빚으로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A 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대진 기자 djr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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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주

58( 2016.3.8.) 가족 아내 자녀 셋 막내가 대학생.

1978학번.

독일 흄볼트대학교 근대서양철학 전공.

부산가톨릭대 강사, <문화와 철학> <성과 사랑> 등 강의.

전 동아대 강사 <고중세 철학사> <인식론> 등 강의.

대학생에게 <차별과 차이>

인문학 강의: 부산가톨릭대 인문학연구소 주관 부산시민을 위한 인문고전대학(간사), 부산희망대학 강의, 부산KBS 동서고전 시민강좌 등에서

<하이데커> <칸트> <행복의 조건> <인간학> <진리와 예술작품> 등을 강의.

 

전봉주, 성과 사랑.(부산가톨릭대 강의용 교재)

 

(이하 본인 논문 여부 미확인)

하이데거의 예술작품의 근원에서 세계와 대지의 해석 / 전봉주/해석학연구. 25(2010. 3), pp.147-175/철학과현실사/2010.03.30.9(국회도서관)

칸트의 인과이론에 관한 고찰 / 전봉주/哲學論叢. 7('91.11) pp.225-245/영남철학회(국회도서관)

 

Heraklit에 있어서 Logos辯證法에 관한 硏究/전봉주/ 1984(석사 학위논문?)/

(동아대 도서관)

피에르 오귀스트 르노와르(Pierre Auguste Renoir)繪畵 硏究/전봉주/ 1990(박사학위논문?) /(동아대 도서관)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0c540004.bmp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855pixel, 세로 642pixel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0c540005.bmp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855pixel, 세로 642pixel


신문에서는 자살 원인으로 부채문제를 말했다. 60세까지 강의하는 강사는 누구나 부채가 많다.

2016.1.1. 강사법을 시행해 교원으로 희망이 있었다면 자살을 막을 수도 있었다.

선생님은 부산지역에서 시민 인문학 강의를 이끌었다. 이 글마지막에 소개한 학생의 글에 나타난다. 이 학생은 동아대에서 선생님의 강의를 두 번 듣고 또 초청해 강의를 들었다고 했다.

우리가 아는 한 부산에서 2번째 자살이다. 2006년 부산대 공대 강사 남모(김모?) 선생님이 노모 한분을 뒤로하고 자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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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주 교수께

인문고전대학 http://cafe.daum.net/literphilo/PguY/118?q=%C0%FC%BA%C0%C1%D6&re=1

조르바 | 조회 46 |추천 0 | 2016.03.08. 21:28

사람도 참 뭐가 그리 바쁘다고 .......

외로운길 서둘러 갈 생각을 했소.

나처럼 찡찡거리면서 엄살 좀 부리면서

지내기에는 그렇게 아팠소.

소식을 접하고 허망해서 아무 일도

손에 잡히 질 않았소. 주마등처럼

당신의 말, 표정, 지나갑디다.

삶의 무게가 얼마 였는지 어찌 알겠소만

가시는길 부디 가볍기를 바라오.

만약 저승이 있다면 이승의 인연으로

만날 수 있겠지요. 좋은 술집이나

수소문 해 주시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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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주 교수님을 기리며,| 책읽기 모임

인문고전대학 http://cafe.daum.net/literphilo/PguY/120?q=%C0%FC%BA%C0%C1%D6&re=1

sung | 조회 33 |추천 0 | 2016.03.10. 20:25

   

수년 전 인문학 강좌 인간학 1”에서 전봉주 교수님을 처음 만났다. 오늘 아침 여전히 허망하고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일 때문에  차를 끌고 출장지로 향하는데 그 때 그 강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간은 결정론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비결정론적 존재다라는 말씀이 또렷하게 기억났다.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트렁크를 뒤지니 다행히 그 때의 강의 노트 일부가 있다.

 

인간의 존재 사태가 한편 결정론적 사태, 다른 한편 비결정론적 사태로서 이 두 가지 사태는 동시에 동기적으로 발생, 전개된다. 그러므로 인간의 존재 사태는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으나 실질적으로는 양립하고 있는 두 가지 사태가 동시에 동기적으로 성립하고 있는 사태로서 모순적 사태이다.”


당시 나는 이 문장에 매료되었었다. 여기에는 인간이 때로는 결정론적 존재 사태에 의해 비루한 상황에 처할 지라도 언제나 긍정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존재적 가능성을 비결정론적 존재 사태로서 설파하고 있다. 이 문장에서 나는 인문학의 힘을 느꼈고 철학자 전봉주를 처음 만났다.

 

여러분도 한번 시험해보시라. 매일 매일의 일상에서 비결정론적 존재 사태를 한번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의사결정의 수준이 달라질 것이다. 이것은 비단 한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미래에도 확장 적용이 가능하다. 결정론적 혹은 도식적 사고를 극복해 내는 발상과 에너지의 원천이 여기 있지 않은가!

 

언젠가 인간학 2” 강의를 듣게 되리라 잔뜩 기대하고 있었건만, 이렇게 황망하게 가시니 몹시 야속하고 미우시다. 앞으로 인문고전의 독모에서 교수님의 빈자리를 볼 때마다 너무나 그리울 것이다.

 

철학자 전봉주 교수님, 이제 모든 것 내려놓으시고 영면하십시오. 

 

이성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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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든든한 '스폰서' 철학과 선생님 /배성민/2010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bsmbsh1&logNo=30086079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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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망록

문정희
인문고전대학 http://cafe.daum.net/literphilo/PguY/118?q=%C0%FC%BA%C0%C1%D6&re=1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

작년 밀양 모임때 전봉주교수님이 읽으신 시라고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