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22. 15:33

대학 시설 현주소를 말한다/김지혜/지금여기

대학 시설 현주소를 말하다
[오늘, 대학을 말한다-3]
2009년 06월 21일 (일) 11:28:08 김지혜 대학생, 대전지역

   
▲ 1000만원 등록금 시대에 걸맞는 대학 시설인가?(사진/이광수)

현재 이 시대는 그야말로 등록금 전쟁이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가 도래하면서 등록금에 대한 논쟁은 그치지 않고 있다. 그칠 줄도 모르고 등록금은 계속해서 오른다. 이는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엄청난 부담이다. 학교 측에서는 물가인상의 이유나 학교 시설 확충, 학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높이고 있다고 말한다. 과연 학교에서는 어떤 시설을 확충하려고 그럴까? 그래서 교육의 질이 더욱 높아질까? 나의 대답은 ‘아니올시다’이다. 왜냐하면 현재 등록금 1000만원시대라 해도 그에 상응하는 대학 시설은 매우 미비하기 때문이다.

개인당 학기 마다 300만원이 훌쩍 넘는 돈을 내고도 그에 맞지 않는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철저하게 학습권을 침해당하는 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대학교의 경우는 전문 지식인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써 학습을 하는데 있어 가장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환경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환경 시설은 학습을 하는데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

하지만 현 대학교의 시설은 학생들이 내고 있는 등록금에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환경 속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이에 현재 대학교 내에 구비돼 있는 시설(강의실, 식당, 도서관, 각종 편의시설)에 대해서 그 실태와 상황을 다뤄본다.

여유로운 공간이 필요해

대학은 각 학과마다 전용으로 쓰는 강의실이 있다. 그것을 ‘전용 강의실’이라 부른다. 전용강의실은 학과 학생들 위주로 사용되는 곳으로 학과 특성에 맞게 기자재나 시설이 마련돼 있기도 하다. 전용 강의실로 통해 학생들은 학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됨으로써 공부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전용 강의실의 공간이 여의치 못한 실정이다. 학과 당 전용 강의실이 학과 학생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을뿐더러 아예 전용 강의실이 구비되지 않은 학과도 많기 때문이다. 이에 학생들은 학습을 할 수 있는 곳을 직접 찾아다닐 수밖에 없다.
이 밖에 일반 대학교 내에 있는 강의실의 사정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책상, 의자부터 칠판이나 기타 수업에 쓰이는 시설물들은 부족함이 많기 때문이다.

강의실 마다 학생 수에 맞는 책걸상이 없어 수업이 시작하고 나서도 책걸상이 모자라 옆 강의실에서 직접 가져오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강의실 내부 관리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아 어수선한 곳에서 강의를 하니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론 위주로 전공하고 공부하는 학과라면 다행이겠지만 실용적인 학문이나 실험, 연구하는 학과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특히 공대의 경우는 컴퓨터나 여러 실습 기구들이 매우 모자라는 상황이다. 주로 수업을 컴퓨터로 진행되는 학과는 컴퓨터의 수가 여유롭지 못하거나 사양이 좋지 못해 제대로 수업을 들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듯 대학교 내에서 교육이 실현되는 공간이 열악한 상황이라 그 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역시 완전한 학습을 할 수 없다.

다양한 식당, 하지만 위생은 책임지지 못해

우리 대학만 하더라도 대학 내에 있는 식당만 5곳이 있다. 토스트나 김밥으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중국요리 등, 학생식당을 이용함으로써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학생식당을 제외하고는 대학 내의 식당에 대한 체계적인 위생관리는 이뤄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학생식당의 경우는 정기적으로 위생점검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이외에 음식점의 경우 특별한 위생 점검이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다. 때문에 식당 위생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만 가고 있고, 적절한 대안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이에 식당 측에 대한 체계적인 위생 점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다양한 이용이 엿보이는 도서관

도서관은 학생들이 책을 빌리고 시험기간에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학생들의 이용이 매우 높다. 또한 시험기간을 제외하고는 해당 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외부의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어 도서관 이용이 활발하다. 도서의 관리도 대체적으로 잘 이뤄지며 최근에는 도서대여 뿐만 아니라 DVD 관람, 인터넷 카페 등 다양한 시설 구비로 학생들의 다양한 이용이 이뤄지고 있다.

공간 부족으로 부족한 휴식공간

우리 학교의 경우 휴식공간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현재 학교 내에 있는 휴식공간으로는 여학생 휴게실로 침대와 잡지 등이 마련돼 있어 여학생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간의 활용은 계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여학생 휴게실을 관리하는 학생들도 개방된 시간 내내 지키지 못하기 때문에 단순히 문단속을 하거나 특별히 휴게실 관리를 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사용하는 일부 학생들이 기물을 파손해도 마땅한 대안책을 내놓지 못한다. 휴게실 내부가 금연임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담배를 피는 학생이나 휴게실 안에서 친구들과 지나치게 떠드는 학생들에 대한 관리가 전혀 되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여학생 휴게실이라는 공간 활용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이밖에 휴식공간은 학교 내의 공간 부족으로 더 이상 만들어지는 게 사실상 어렵다. 수업과 수업 사이에 공강시간이 남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마땅한 휴식공간이 없어 학교 밖에 있는 PC방이나 당구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학교 측은 공간 부족으로 휴식공간을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우리 학교는 공간 부족으로 인해 학과마다 제공되는 과방의 수가 적다.

과방은 학과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전용강의실이 학과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라면 과방은 학과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사용하고 관리하는 곳으로 학과 학생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과방이 있는 학과의 수는 드물어 과방이 따로 없는 학과들은 전용강의실을 과방으로 겸해서 이용하기도 한다. 이렇듯 공간부족으로 인해 학생들의 휴식공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공간시간에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고민하는 학생들의 수가 많다.

소수지만 해당 시설이 있어야

학교마다 소수지만 장애학생이 다닌다. 이에 대학시설 가운데 장애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한 시설들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장애 화장실, 장애 보도블록이 전부이다. 실질적으로 장애를 가진 학생이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니기에는 무리가 있다. 가파른 언덕에 수많은 계단,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은 일반 학생들도 다니기 힘든 곳이다. 몸이 불편한 학생들을 위한 배려를 찾아보기란 힘들다. 그나마 있는 화장실의 경우도 공간만 넓고 보통 화장실과 다를 것이 없다. 일반 학생과 비교해 학교를 다니는 장애학생의 수는 매우 적지만 소수의 학생도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장애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당하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등록금에 맞는 시설마련 필요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넘는 등록금 인상, 근거 제시도 없이 학생 수와 정부의 예산지원이 감소했느니 좋은 시설과 뛰어난 교수진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느니 하는 두루뭉술한 이유만으로는 앞에서 다룬 학교 시설의 부족한 현실을 납득시키지 못할 것이다.

과연 등록금 1,000만원에 상응하는 수준 높은 교수가 얼마나 있는지도 검토해볼 일이다.

-김지혜(대학생, 대전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