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15. 17:04

강사의 교원지위는 대학생 학습권 회복의 고리


강사의 교원지위는 학습권 회복의 고리

 

 

김영곤(고려대 강사, 경영학)

            

 

비정규교수들이 대학 강사 교원지위 회복 고등교육법 개정안의 의결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 텐트를 치고 613일째 농성하고 나도 참여하고 있다.

 

대학에서 연구 강의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는 교수로서 교육자이며 노동자다.

강사는 노동자로서 2007년에서야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근로자성’을 인정받았다. 근로자라면 근로계약을 하고 4대보험을 제공받아야 한다. 고대는 올 3월 강사에게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을 제공했다. 근로계약과 의료보험, 국민연금은 아직 없다. 고대는 연 시간강의료가 1, 2강좌에 480〜960만원으로, 전임교원 보수의 10분의 1 수준이다.

 

또 교육자로서 헌법의 교원지위를 법으로 정한다는 규정에 따라 고등교육법에서 교원이어야 한다. 강사는 1949년 제정한 교육법(나중에 고등교육법을 분리)에서 교원이었다. 1977년 박정희 정부는 유신독재를 비판하는 교수는 제명하고, 학생은 군대로 보내고, 강사에게서는 교원지위를 박탈했다. 현재 전국에 강사 7만여명에 강의교수 연구교수 겸임교수 석좌교수 비정년트랙 등을 합해 비정규교수가 13만 5천여명이다. 전임교수는 6만여명이다. 강사는 대학 강의의 절반을 담당하지만 교권이 없으면서 신분, 연구실, 연구비, 문헌자료의 검색 복사, 강의개설과 같은 학사행정 참여 권리가 없다.

 

더 큰 문제는 강사의 신분 불안이 강의실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주체적이며 독립적인 강의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강사는 경영학 사회학에서 삼성 노동조합, 철학 미학 정치학 법학에서 국가보안법, 교육학에서 대학생의 수업권 학습권 교육권, 언론학에서 언론자유, 행정학에서 공권력, 의학 생명공학에서 생명윤리 같은 것을 현실의 쟁점을 강의하지 못한다. 또 암기위주 일방적 주입식 강의를 벗어나 질문 대답 토론 대화 세미나가 있는 수업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교육 조건이 제대로 되면 강의실에서 대학생이 그 학문의 기본 원리와 현실을 바탕으로 토론하여 대안을 도출해 그는 창의적인 인간으로 바뀌어 사회로 나갈 수 있다. 이렇지 못한 죽은 강의실의 존재는 수업의 질을 낮춰 대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한다. 이는 학부모의 교육권 침해요, 지식 한국사회의 대학교육 붕괴다. 또 전망도 없고 생활도 안 되는 대학 강사의 존재는 사회에 학문을 기피하고 치․의학, 법학 전문대학원을 선호하는 풍조를 만들었다.

 

대학은 고등교육법 개정을 완강히 반대한다. 17대에 최순영(민노당), 이상민(열린우리당), 이주호(한라당) 의원이 개정안을 각기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국회 교육위원회는 대학들의 로비에 밀려 책임을 교육부에 미루고 슬그머니 폐기했다. 이면에 교수는 교과부장관이 되고, 그는 다시 총장이 되는 인사 회전문이 있다. 18대에 이상민(자유선진당) 의원이 대표발의했지만 의결 전망을 밝지 않다.

 

대학 강의실을 붕괴시키는 대학-국회-교과부의 트라이 앵글에 맞서는 힘은 어떤가?

교육의 공급자인 강사와 전임교수에게는 그럴 힘도 의지도 미약하다. 비정규교수노조는 법 개정 투쟁을 방해할 정도다. 국회 앞 농성을 처음에는 20여명이 시작했으나 지금은 2,3명뿐이다. 나는 강의하는 시간을 빼고는 일주일 내내 텐트에서 기거한다.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 학부모, 사회는 어떤가? 최근에 학생들이 학습권을 찾으려 한다. 고대 세종캠퍼스 학생들은 지난해 11월 4, 5일 강사 문제, 학습권을 이해하고 돕는 주점행사를 열었다. 서울대생들은 서울대 강사 3명의 자살에 충격을 받고 살아 있는 강의를 요구하고 또 학문의 길을 미리 닦으려 교과부 앞 등에서 13개월째 일인시위한다. 학부모들도 입시를 넘어 자녀의 대학교육 내용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사회도 이제는 대학교육을 정상화시키고자 한다.

 

대학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은 죽은 대학 강의실을 살리고 대학생의 미래를 여는 길이다. 또 대학의 구조를 민주화시켜 재정을 투명하게 해 교육원가, 강의원가를 공개한다면 등록금 인하요인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학생은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을 돕는 것이 아니라 강의의 질을 높인다는 주체적인 입장에서 법 개정 투쟁에 참여해야 한다. 대학생이 이에 적극적으로 함께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