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14. 17:22

대졸자의 직장생활/박성찰

대졸자의 직장생활
[오늘, 대학을 말한다-8]
2009년 07월 12일 (일) 12:53:10 박성찰 영남대 졸업생

   
▲ 지금 대학생은 대학에서 무엇을 배우고 익히는가? (사진/이광수)

따르릉∼ “감사합니다. 박성찰 입니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가장 듣기 싫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뿌듯함이 공존하는 말이다. 입사 1년차,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때로는 실수를 연발해 상사들을 당혹케 했고 때로는 좋은 성과를 내어 ‘박성찰’ 이라는 이름 석자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도 했다.

가족처럼 따뜻하지만 이면에는 얼음장같은 냉정함이 있는 곳, 바로 직장. 지금부터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하나의 사회인으로서 느낀 “직장”이라는 곳을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우수한 인재지만 우리 회사에는 적합하지 않아..

졸업을 앞두고 있다면 누구나 느낄 법한 취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내가 다니고 있던 영남대 강의실과 도서관, 단체로 우르르 몰려가 담배를 태우던 휴게실에서도 단연 가십거리 중 으뜸이었다. 누구는 어디에 취업을 했고, 누구는 어디에 지원을 했다가 최종면접에서 탈락했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신선한 이야기로 들리지 않을 만큼, 취업에 대한 불안함은 졸업예정자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였다.

마지막 학기였던 2008년 상반기에 나 역시 많은 기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귀하는 우수한 인재지만 우리 회사에는 적합하지 않아 아쉽습니다.” 라는 말을 무수히 들었었고, 마지막 이라는 생각으로 원서를 낸 L그룹의 한 계열사에 다행스럽게 입사를 할 수 있었다.

그룹연수를 마치고 계열사 연수를 거쳐 지금 내가 속한 부서에 발령을 받기까지는 힘든 취업문을 통과한 나 자신에 대한 당당함과 대기업에서 근무한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지난 4년 동안 교제를 해오던 여자 친구와 입사 후 결혼도 약속했고, 휴일에 학교에 가면 후배들이 존경스럽게 바라보는 소위 남들이 말하는 엄/친/아(엄마친구아들)였기 때문이다.

과연 내가 희망하던 직장생활이었는가?

하지만 이런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일 반복되는 업무와 스트레스, 상사에 대한 불만 등 나열하기 힘든 무수히 많은 것들이 암초처럼 숨어 있었다. 입사1년의 범위 내에서 퇴사율과 이직률이 높다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알 수 있던 시기였다.

내가 아닌 회사의 부속품이 되어버렸다는 느낌, 이러한 생각들로 하루를 시작하고 “이 생활이 과연 내가 희망하던 직장생활이었는가?”라는 궁금증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이러한 매너리즘이 최고점에 달할 무렵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 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았다. 회사일이 너무 바빠서 만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정말 세상에서 그렇게까지 힘든 시기는 없었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과정은 비단 나 혼자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누구든 충분히 겪을 수 있는 그러한 경험일 수도 있고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부분은 적어도 “내가 충분히 가고 싶었던, 그리고 희망했던 회사”라는 전제조건이 선행할 때 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돈을 많이 줘서, 흔히 말하는 짤리지 않을 것 같아서..

내가 본 대학-취업-직장이라는 과정은 솔직히 그렇지 않았다. 원래부터 내가 가고 싶었던 기업에 입사를 하는 것이 아닌, 그저 취업만 하면 일단은 백수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은 원하지 않더라도 경제적인 이유,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일단은 입사를 결정한다. 때문에 입사의 출발은 처음부터 불안감과 함께 시작된다.

물론 전공을 살려서 취업한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예전에는 아니었는가? 라는 반문도 생겨날 수 있지만 예전과는 그 범위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학교 후배들에게 넌 어디에 취업하고 싶니? 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대답은 “금융권이요” “대기업이요” “공기업이요” 라는 말 뿐이다. 이유는 돈을 많이 줘서, 흔히 말하는 짤리지 않을 것 같아서라는 대답이 가장 많다.

이것이 바로 현재 청년 실업의 현실이다. 맹목적인 선호라고 하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나 역시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생각했었고 지금 현재에도 자신이 정말 가고 싶은 기업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내 의견이 절대적인 기준은 될 수 없다. 하지만 입사 1년차의 눈으로 그동안의 직장생활을 돌이켜 볼 때 일단 들어가고 보자는 식의 구직활동은 자신에게 있어 자칫 평생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고등교육기관이 아닌 취업교육기관으로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서는 대학이 취업을 준비하는 곳이 아닌 진정한 자신의 자아를 개발 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등교육기관이 아닌 취업교육기관으로 대학이 사람들에게 각인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그곳을 거쳐 가는 학생들이 입게 될 것이다.

취업률 조사를 하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까지 취업자로 둔갑하고 때문에 대한민국의 많은 대학이 취업률1위라는 현수막을 당당하게 내걸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러한 글을 올리는 나 역시도 이러한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없다. 해법은 바로 “대학” 안에 있기 때문이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창문 밖을 보니 맞은 편 아파트 계단에서 담배를 태우고 끄다만 불씨 때문에 타는 냄새가 나 누가 신고를 했는가보다. 그 층에 입주한 사람들은 다들 나와서 무슨 일인지 이야기 하는 듯한데, 그 위쪽으로 사는 사람들은 소방차가 온 줄도 모르는지 저마다 거실에서 가족들과 담소를 나누거나 TV시청을 하고, 빨래를 걷고 있다. 밑에서는 난리가 났는데도 말이다. 불이 날 수도 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을까? 아니면 몰랐을까? 아니면 무관심 한 것일까? 이런 광경을 보고 있자니 지금의 대학문제가 이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나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가까운 미래의 내 모습일 수도 있고 내 자식들이 안고가야 할 문제일 수도 있다.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대학이라는 공간이 변화되고, 그 변화되는 과정 속에서 학생들이 조금이나마 취업보다는 다른 부분 때문에 고민도 해보고 그 고민 속에서 자신이 발전되는 그러한 날이 오길 대졸자의 한 사람으로서 기원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 

박성찰(영남대 졸업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