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29. 18:05

대학생과 대학생협의 역할/경희대 김한울

대학생활협동조합의 역할
2009년 06월 29일 (월) 02:56:45 김한울 경희대학교생활협동조합 학생위원회 위원장

   
▲ 대학이 상업화로부터 자유로워야(사진/이광수)

시장으로 나간 대학 환경

대학의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형 총장이 무수하게 나타났으며, 이제 대학 내에는 쇼핑몰이나 백화점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대학은 이제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육성해야 하는 것처럼 변모해가고, 결국 대학의 존재가치는 얼마나 경쟁사회에서 더욱 앞서갈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이러한 움직임의 결과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드러났다. 이른바 수월성을 지향하며 대학은 시장과 함께 나아가려하고, 대학은 더욱 성장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소외된 개인과 왜곡된 사회, 상업적 생산성을 대학의 가치로 삼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루이스(Harry R. Lewis) 교수는 저서 <Excellence Without a Soul>(영혼 없는 수월성)에서 하버드대학이 추구해 온 수월성이라는 가치가 결국 구성원에 대한 참된 배려를 외면하고, 경쟁지상주의로 흐른다고 지적했고, 또한 하버드대학도 경쟁을 지향하는 사회의 편협성을 넘어서 인간과 지구, 공동체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을 통해 세상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돕도록 교과과정을 대폭 수정한 바 있다.

한국 또는 일본의 대학생활협동조합(이하 대학생협)은 변화하는 대학 안에서 일관되게 그 구성원에 대한 복리후생을 증진하려는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대학생협은 한편으로 하버드대학에서 지적된 현대사회의 문제에 대하여 가장 적확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2009년 초 현재, 한국에서는 22개 대학에서 생활협동조합이 구성되어 있다. 4년제 대학 200여 개 가운데 겨우 10%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22개의 대학생협은 각자의 영역에서 학생과 교수, 직원이라는 3자의 복지를 담당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협동을 통한 공동체 형성 위한 대학생협

한국에서 대학생협은 학생들의 일상적인 이해와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등장하였다. 80년대를 전후하여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의 이해와 요구를 위해 활동하고, 그 과정에서 진정으로 공동체 영역에서 각 개인이 주체로 활동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고자 협동조합이라는 형태를 대학 안에서 함께 구현하고자 한 것이다.

학생을 중심으로 하던 학생소비자협동조합은 그 영역을 대학 내의 구성원, 학생-교수-직원 3자의 구성원 모두를 위한 대학공동체로 발전되어 왔으며 생협 운동의 한 갈래로서 소비자와 공급자, 그리고 이익을 다시 환원할 때에 그 수혜자가 일치하는 조직이다. 즉 공동생활영역인 대학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주체가 되어 후생복지적 측면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 것이다.

대학생협은 후생복지적 측면뿐만 아니라 대학 내의 왜곡된 경제구조를 바로하고, 또한 각 주체간의 동등한 협동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의 구현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학생들 또는 그 구성원의 뜻과는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대학의 상업화를 막고, 그 잉여도 다시 구성원의 복지를 위하여 사용되는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대학생협은 대학으로 침투하고자 하는 상업자본에 대한 보루가 될 뿐 아니라, 대학의 시설을 주체적인 의지를 가진 구성원에 의하여 운영토록 함으로써 경제적 공동체를 실현한다. 이러한 각 주체의 생활은 결국 협동을 통하여 하나의 공동체적 생활로 거듭나게 된다. 이는 대학 이후에는 일반 사회에서도 작용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또한 대학생협은 소비자인 대학의 구성원을 소비뿐만이 아니라 공급의 주체로 끌어올려 현재의 유통구조를 고민케 하고, 불합리한 구조를 타파하는 역할을 돕는다.

대학생협의 원칙

이러한 대학생협은 기본적으로 학생과 교수, 직원이라는 세 주체에 의하여 구성된다. 그리고 그 운영에 있어서는 협동조합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협동조합의 원칙이란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1966년에 제정하고 1995년에 수정한 것으로서, 협동조합운동의 역사적 경험에 입각하여 ICA가 세계의 협동조합이 공통으로 지켜야 하는 약속으로 정한 것이다. 그 내용을 대학생협의 운영과 함께 살펴보면,

1)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자발적이고 자주적인 의지에 따라 구성되는 것으로서, 가입과 탈퇴는 자유롭게 보장된다.

2) 협동조합은 자본의 결합체가 아니라 사람, 즉 조합원의 결합체이므로 출자금액에 관계없이 그 운영에 참여할 권리를 갖는다. 이는 경제적인 구조에서 민주주의의 원칙을 실현하여, 자본이 아닌 인간의 우선을 구현한 것이다. 따라서 대학생협 또한 조합원의 지위나 출자금액에 상관없이 그 조합원 모두 운영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

3) 조합원의 공평한 출자와 함께 조합의 재산 또한 민주적으로 관리된다. 또한 잉여금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그 조합의 발전, 각 조합원의 사업 이용에 따른 환원, 조합원이 인정하는 다른 활동을 위하여 사용하여야 한다.

4) 협동조합은 그 구성원에 대하여 교육이나 연수를 통해 조합의 발전에 공헌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학생협도 조합원에 대한 교육이나 실무자, 임원 단위를 대상으로 하는 꾸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5) 협동조합은 지역적·전국적·광역적·국제적인 구조를 통해 서로 협동하여 그 사명을 다한다. 대학생협의 연합체인 대학생협특별위원회(전국생협연합회 산하)는 그 자체가 광역적인 협동을 위한 조직이며, 또한 일본이나 세계 여러 나라의 대학생협과 서로 협동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이러한 원칙 아래 대학생협은 구성원이 대학 내에서 후생복지시설의 운영과 경제생활의 협동을 통해 주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개인의 의식을 성장시켜 생활의 협동을 통한 생활공동체의 구현을 돕고, 구성원이 대학생협의 활동을 통해 주인으로 설 수 있도록 협동조합이나 환경, 생태 등과 관련한 다양한 교육사업 및 홍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의 상업화와 대학생협의 역할

처음에 살펴본 대학의 변화와 공동체에 대한 성찰 없는 경쟁 속에서, 대학생협은 인간사회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좋은 방도가 된다. 사회의 변화에 먼저 필요한 것은 그 구성원의 의식의 변화이다. 대학생협은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대안과 창조의 질서로서, 새로운 생활공동체의 구현의 중심이 될 것이다.

새로운 생활공동체의 구현은 단순히 학내의 구성원을 하나로 묶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형 상업자본과 함께 시작된 시장화, 그리고 대학의 상업화 속에서 좀 더 건전한 방향으로 대학의 학문적 위상을 좀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결국 상업화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생협 자체가 아니라, 생협과 함께하는 학내 구성원, 즉 공동체가 구현된 조합원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생협이 안고있는 과제라고 할 것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