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24. 09:01

해고 고대강사가 불안한 아내/고대총학 기자회견

고대에서 강사가 88명해고되고 전국에서 5천-1만여명이 해고당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일반 기업체 같으면 해고되면 싸우고 평택 쌍용자동차도 싸워서 절반의 승리를 쟁취했습니다. 그러나 해고 강사가 싸우면 학계에서 "그 사람 따지는 사람이야"하면 끝장입니다. 블랙리스트보다 더 합니다. 저 자신 매학기 대학정상화를 향한 마지막 학기라는 마음으로 강의합니다. 그래서 88명이 해고됐지만 하나같이 억울하지만 나서지 못합니다.

어느 해고 강사는 "더 이상 강의를 하고 싶지 않다", 어느 박사 강사는 "아이가 둘이라 나서지 못한다", 어느 강사는 "2학기 때 3강좌를 하게됐는데 입으로만 학문의 자유와 양심을 말하는 고대가 싫어 강의를 하지 못하겠다고 학과에 말했다. 학과는 학교에 항의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달려달라고 했다"고 했습니다.

고파스 koreapas.net(2009. 8. 23)에 해고된 강사의 아내가 아래와 같은 절박한 글을 올렸습니다.

 


"다음은 제가 고려대학교 홈페이지 온라인민원 사이버감사실에 지난 7월 10일에 올린 글입니다.

답변이 없어 자유게시판에 올렸었는데 오래전 글이 되었는지 없어져서 이곳에 다시 올려봅니다.

사이버감사실은 왜 있는지, 이렇게 무응답으로 사람을 무시하는 곳이라면 차라리 없애는 것이 덜 부끄러울 듯합니다...저는 귀교에 시간강사를 나가는 사람의 처입니다.

며칠 전에 남편은 학과교수로부터 4학기 이상 강의를 했으므로 2학기에 해촉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학과교수는 비정규직법과 관련해 대학본부 측으로부터 공문을 받아 전달하는 것이라고 했답니다.

납득이 안 되는 점은 남편은 이미 1학기 말에 2학기 강의 위촉을 받았고, 강의계획서를 올려 학생들의 수강신청까지 받은 상태이며, 비정규직법에 해당되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명문사학이며, 민족의 대학이라는 고려대학교마저도 이러한 무리와 무례를 범한다는 사실에 분노와 참담함을 느낍니다. 이제 진정으로 교육을 생각하는 스승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구나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이 나라의 대학에서 적지 않은 부분의 교육을 담당하는 시간강사들을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계층으로 만드는 곳이 바로 대학 자체라는 사실에 환멸과 모멸감이 더해집니다. 인정받지 못하는 권위의 허상을 버리시고 각성과 해명을 바랍니다.

남편은 비록 미래에 대한 보장이 없었음에도 학생들이자 후배들을 가르친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가지고 있던 모든 의욕을 잃어가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까지 하여 그의 아내로서 불안한 마음마저 듭니다.
이런 식으로 사람을 쓰고 버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듭니다. 이런 식으로 학생들이 선택한 학습권마저 무시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를 그저 받아들여야할지 저 역시 교우인지라 고대인들의 생각을 청해봅니다."

 

8월 21일 오전 10시 안암 본관 앞에서 연 고대 총학 주최 <우리 선생님들을 돌려주세요!> 라는 기자회견에는 정태호 안암 총학회장, 이세라 세종 총학 부회장, 정경대 대표, 문과대 대표, 김동애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본 본부장, 송환웅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부위원장, 도천수 고려대 민주동우회 회장, 박정훈 대학생(부산대) 사람연대 대표, 김재의 서울대 대학생사람연대 대표, 외대학생, 김영곤 비정규교수노조 고대분회장&nbsp; 등 4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MBC SBS YTN 서울신문 한국대학신문 고대신문 배루시아 인터넷 기자&nbsp;등의 기자가 참석했고 YTN이 보도했습니다.

김영곤 분회장은 "비정규보호법 강사의 질 향상의 어느 면에서도 강사 해고의 근거가 없다"고 했습니다. 송환웅 부위원장은 "대학입시를 넘어 대학 교육의 질, 대학 강의의 질을 높이려면 강사 해고를 철회하고 강사의 교원지위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습니다.&nbsp;도천수 회장은 "고대는 해고 강사를 복직시키고 이기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은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에 동참하라"고 했습니다. 정태호 회장은 "우리 선생님들을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이세라 부회장은 "우리 선생님의 해고는 부당하며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결의문을 나누어 읽었습니다.


2009. 8. 20. 08:07

고대강사 집단해고 정경대성명발표 대학원 불안 커져

8월 19일. 일인시위 하기는 더운 날이다.
오전 11시 조금 넘어 텐트(농성 713일째)를 나서 고대로 향했다. 

학생회관으로 들어가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분향소를 보았다. 어제밤 총학생회장이 설치한 분향소이다. 내가 강사의 해고철회와 학생의 학습권 보장 문제에 골똘하느라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와 연관시켜 생각하지 못했다.

판넬과 선전물을 챙겨 중앙도서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정경대쪽 후문으로 가서 선전물을 나누어주었다.
더 많은 학생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였다. 정경대 후문 쪽은 사람이 많이 다닌다.

정경대 후문에 도착해보니 호안정대(정경대) 학생회가 낸 성명서가 게시판에 붙어 있었다. 큰 줄만 적어본다.


<<8월 19일 정경대쪽 후문에 내 건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의 성명서.
고려대학교 당국에게 강사 88명 집단해고를 철회하고 고등교육법 개정에 동참하기를 요구합니다.

'죽은 시간강사의 사회'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죽음으로 비화되는 순간.
09년 8월 고려대 강사 '대학살'의 초읽기- 4학기 연속 강의한 비-박사 강사 88명 내쫓기.
대학 강사 '교원'지위 회복의 시급성- 비정규직 교수 양산은 강사들의 '인권' 침해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강사 88명 해고 명단을 공개하고 즉각 철회하라!
대학 강사 교원지위 회복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에 동참하라!

제42대 민족고대 호안정대 학생회>>


지나는 학생과 어른들에게 선전물을 나누어주었다. 선전물을 받으며 목례를 하거나 수고한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다. 대학원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받는다. 전임교수로 보이는 사람들도 더러 받는다. 전에 대체로 필요 없다는 태도와 다르다. 그러나 교수와 학생이 같이 갈 경우는 받지 않는다.

12시 40분 쯤 정경대 학생 7명이 왔다. 선전물을 나누어주고 또 "비정규 강사 88명을 해고했습니다. 우리의 강사 선생님의 해고는 학습권 침해입니다.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강사에게 교원지위를 회복하는데 고대 총장은 동참해야 합니다"라고 외친다.

학내 성원들이 많이 알게된 것 같다. 건물안에 선전물을 붙여놓기고 하고 소자보도 보인다고 한다.
세종캠퍼스 자유게시판의 읽은 수가 많다. 많게는 600단위를 넘는다. 안암에 비해 정보가 적은 탓일 것이다. 세종캠퍼스에서 선전물을 나누어주지 못해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다.

1시 5분경 일인시위를 마치고 총학생회로 가던 중 언론관 앞에서 세종캠퍼스에서 나에게 강의를 들은 학생을 만났다. 강사 해고 관련 사항을 두고 대화했다. 지나던 학생들이 세워둔 판넬을 주의 깊게 바라본다.

일을 모두 마치고 학생회관 2층의 학생식당에 들어가서 냉면을 먹었다. 1700원이다. 양은 많은데...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께 분향했다. 재임중에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 공약을 지켰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쓸 수 없어 방명록에는 서명하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말에 이 공약을 챙겼지만 결국 학진 프로젝트에 강사 참여를 늘리는데 그쳤다.

전철역으로 가기 앞서 대학원 방향으로 갔다. 벤치에서 대화 중이던 한 강사 선생님이 말한다. 자신은 학생일 때는 시위에 앞장서지는 않았지만 참여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이가 둘이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강사 해고 철회 활동에 같이 못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반 대학원 학생회실을 안내한다.

대학원 학생회실에 들어가니 반갑게 맞이한다. 커피를 끓여 준다. 대학원 학생들 사이에서 강사 집단해고 사태가 화제라고 한다. 강사 집단해고는 강사 교권의 문제이다. 박사과정에 있으며 강의하는 경우는 4학기 제한에 걸리고, 박사 강사는 교원지위가 없는 상태에서 신분이 더 불안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강의는 전임교수 위주로 더욱 보수화할 것이다. 대학원 진학 희망자는 줄어들 것이다. 대학원장이나 대학원교수(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들이 이 문제를 느끼는 강도가 어느 정도일까 의문이다.

학생들이 학습권을 인식하는 정도보다 대학원 학생들이 느끼는 현실의 불안감은 더 컸다.

전국적으로 해고 강사가 5천-1만명으로 예상하는데, 학문 대학원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클 것이다.

오후 3시 일을 모두 마치고 고대 전철역/여의도 국회 앞 텐트로 향했다.

2009. 8. 19. 08:23

해고강사를 대학교끼리 바꿔치기 하다니

안녕하세요.<br /><br /><br />어제 18일&nbsp;낮 12시에 학생회관 앞에서 일인시위를 시작, 출발했습니다. <br />총학 동아리연합회 정경대 문과대 등 학생 10여명이 함께 출발했습니다. <br />판넬 피켓을 나누어 들고 &lt;지금까지 강사를 해고하고 연락하지 않아도 문제 제기 못했다&gt;라는 선전지를 나누어주었습니다.<br /><br /><br />삼성관 지하통로, 중앙도서관, 대학원, 본관, 정경관 후문까지&nbsp; 1시간 동안 일인시위를 했습니다. 학생들은 "비정규 강사님들을 해고했습니다"라고 외쳤습니다. 학생들이 간간히 인사했습니다.<br /><br /><br />프레시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조간에&nbsp;동아일보가 기사를 냈습니다.<br />학교는 프레시안 기자에게 비정규법 때문에 해고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답니다.<br />강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려 그랬답니다. 그런데 강사를 새로 뽑는데 찾기 어렵자&nbsp;다른 대학교와 해고 강사를 바꿔치기한다고 합니다.&nbsp;효율화는&nbsp;거짓말입니다.<br /><br />강사를 계속해서 값싸게 부릴 요량으로 자르고 보았는데 그 근거도 약하고 사회 여론도 나쁘니 말을 계속 바꿉니다.&nbsp;<br /><br />중앙대에서 진중권 강사를 해고했는데 학생들은 자유게시판 릴레이 서명을 하고 총학은 17일 기자회견을 했고 전임교수도 함께 했습니다.<br /><br />오마이뉴스에 단 댓글을 보니 학부모로서 자녀 대학교육이 걱정되는데 고대에서 아름다운 싸움을 시작했다고 평했습니다.&nbsp;<br /><br />1시 반 총학 회의의실에서 학생 30여명과 간담회를 했습니다.&nbsp;1학기 짜리 학생부터 10학년까지 다양했습니다. <br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의 송환웅 수석부회장님께서 참석하셨습니다. 그는&nbsp;이제 지식사회는 대학교육을 정상화하는데 주력해야 하며 대학생이 주역이며&nbsp;젊거나 사회경험이 많은 강사를 자르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했습니다.<br /><br />고대분회장이 해고 사태의 경과과 성격을 말했습니다. 대학이 전통적인 학문과 현실을 섞어 토론식으로 강의하며 학생들의 이상을 현실로 바꾸어 내려면 젊은 강사들이 자신의 학문과 소신을 말할 수 있어야 하며 대 전제는 강사의 교원지위이라고 말했습니다.<br /><br />이어 토론이 있었습니다. 강사의 해고는 잘못이며 특히 이미 수강신청한 상태에서 해고는 잘못이며 철회해야 한다. 추가 수강 신청 기간이 24-28일로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학생들이 잘 몰라 걱정이다. 또&nbsp;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강사가 교원지위를 박탈당한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러므로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강사의 교원지위를 회복하고 대학교육을 정상화시켜야 하는데 학생이 나서야 한다고 했습니다.<br /><br />3시 반 고대분회장 정경대 문과대 학생 총학생회장 등 7명이 교무처를 방문해 해고강사 명단을 정보공개하라고&nbsp;말했습니다. 교무처장은 한마디로 못한다고 거절했습니다. 강사와 학생은 존중 대상이 아니라는 태도이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모습입니다. 정경대학생은 비정규직 보호법은 비정규직을 보호하자는 것인데 학교가 그것을 악용하면 됩니까하고 학생답게 말햇습니다. 7시 고대분회장이 교무처를 나오면서 모두 철수했습니다.<br /><br />19일부터 토요일까지 고대 처장 연찬회를 한다고 합니다. 어떤 지혜가 나올지 어떤 간지가 나올지 궁금합니다.<br /><br />대학원 앞에서 우연히 해고 강사 2명을 만났습니다.&nbsp;해고 이유를 전혀 납득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 두분은 자신의 전공을 말하지만 이름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찍히면 학자 인생이 날라가는 블랙리스트보다 더 큰 공포심을 느끼는 모습이었습니다. 헤어지며 건강에 유의하라고 격려했습니다. <br /><br />다른&nbsp;분은 강사 일을 그만두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말할 자격은 없지만 인생을 길게보면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습니다. 전공과 관련이 있는 생업을 겸하면서 80여세까지 공부한다면 좋은 날이 있을 것이라고..<br /><br />학생회관 앞에서 어둠 속에서 총학생회장이 누구를 추모하는지 빈소를 차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수배중이라 밖에는 나가지 못한다고 합니다.<br /><br />홍보관 앞에서 전임교수로 보이는 4명이 앉아 있어&nbsp;말을 건넸더니 자기들은 상관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왜 높은 사람한테 말을 건네느냐는 태도로 보였습니다. KTX 기륭 한반도대운하 쌍용차 미디어법 관련 서명하고 행동했습니다.&nbsp;전국에서 강사가 수천명이 잘렸는데 왜 한 사람도 양심선언을 하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br /><br />8시 모든 일을 마치고 여의도 국회 앞 농성 텐트로 가는&nbsp;전철을 탔습니다. 허기가 져서 보니&nbsp;보니 낮에 빵 하나와 우유 한 병을 마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