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5. 12:53

농성 노동자 구호에는 특별한 무엇이 들어있다

추석날 국회 앞에서 농성하는 다섯 단위가 내건 구호를 보면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특별한 무엇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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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강사는 교원지위 회복한 강사법 시행해 대학교육 정상화하자고 한다.
공무원노조를 인정하고 해고자를 복직시키면 공무원 공공성 강화로 이어진다.
KBS노조는 언론장악방지법 제정하여 공정방송 실현하자고 한다.
태광-티브로드는 노동조건 개선과 아울러 케이블방송의 공공성과 지역성을 강화하라고 한다.
E-Ink Hydis는 해고자 복직과 아울러 투기자본 먹고튀기 방지법 제정하라고 한다.
Cort & Cortec 이 내건 해고자 복직은 예술성 있는 기타 생산으로 이어진다. 방종운 콜트지회장은 콜트 콜텍 해고자들이 “예술노동자인가? 노동예술가인가?” 라는 질문에 자신들은 “노동ᆞ예술 노동자”로서 “생산의 주역”이고 “역사의 주역”이라고 답했다.
이런 요구가 모이면 노동이 가진 구체적 성격 즉 교육, 공공성, 공정보도, 예술성, 사회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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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은 전국 단위로 단결하고 산업별 노동조합을 발전시켜 노동자 요구를 실현하자고 한다. 이런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전국노동조합협의회는 평등사회를 실현하자고 했고, 민주노총은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을 보장하는 통일조국, 민주사회 건설의 그 날까지 힘차게 투쟁할 것을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민주적 노사관계 확립과 생산민주화, 경영민주화 및 산업민주화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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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선언을 보면 노동조건 개선에서 바로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 통일조국, 민주사회, 생산-경영-산업 민주화로 바로 건너뛰었다. 한 세대 동안 이를 반복했다. 그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중간에 어떤 내용을 배치할 것인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이미 그런 일을 하고 있는지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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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회앞 농성 단위 구호에서 농성자는 자신이 일하는 의미, 이것이 소비자와 사회를 위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분명히 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원청이든 하청이든,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국적 노동자든 이주노동자든든 하는 일에 차이가 없고, 차별 근거가 희박하다. 단지 역할이 다를 뿐이다. 노동자의 즉자적인 요구와 노동조합 강령·선언 사이에 노동자가 하는 구체적인 역할을 명기하면 전체 노동자 단결에 도움되고, 한계에 부닥친 산별노조운동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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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강사 문제를 말할 때 일부 강사는 강사의 강의자리 보존과 강사료에 한정하여 말할뿐 교육과 학생지도, 학문연구를 말하지 않는다. 언론은 대학광고 때문에 그렇다고 치더라도, 상급 민주노총, 한국노총, 심지어 정의당 등 진보정당마저 '먹고사는' 일반 노동에 머물러 교육노동이 가진 구체적 가치를 지적하지 못하고, 학생마저 이를 쫓는 모습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