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22. 07:46

한국학생의 장점은 곧 큰 단점이다/도날드 골드스타인

EBS 최고의 교수진 제작팀 지음, 2008, <최고의 교수>, 예담의 25-27의 내용을 소개한다.

골드스타인은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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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스타인 교수는 수많은 교수들이 빠질 수 있는 '오만'이란 함정을 잘 알고 있다. 교사는 직업적 특성상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특히 아시아권 국가들에서 이런 문제점이 더 심각하다고 그는 지적한다. 교사들의 이러한 오만으로 인해 아시아권 학생들은 연장자나 선생님의 말씀이 늘 맞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학생들은 내가 비가 온다고 하면, 맑고 환한 날에도 비가 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름지기 학생이라면 교수에게도 도전할 줄 알아야 한다. '교수님이 틀렸습니다. 지금은 비가 오지 않습니다'라고 말 할 수 있어야 학생입이다. 한국 학생들은 무엇이든 배우려하는 면이 아름답다. 반면 미국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주저없이 말하고 누구에게든 도전할 줄 안다는 점이 아름답다."

골드스타인 교수의 제자들 중에는 한국 학생들이 꽤 많다. 아니, 사실 그는 동양 학생들에게 특히 많은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 교수로 유명하다. 이런 그에게 한국 학생들의 단점은 그저 지나칠 수 없는 한국 교사들의 문제점으로 이어졌다.

그가 보기에, 자신과 다른 견해는 잘 들으려 하지 않고 교수들에게 도전하지 않는 한국 학생들은 무엇을 배운다는 측면에서 확실히 미국 학생들보다 빠르다.

한국 학생들은 책에 나와 있으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이론적으로 잘 받아들인다. 토씨 하나까지 다 읽고 외우고 배우려 노력한다. 때문에 자신들이 배우고자 하는 모든 것을 찬근히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한국 학생들의 장점은 곧 큰 단점으로 이어진다. 배운 그대로만 이해하기 때문에, 1 다음에는 반드시 2, 2 다음에는 꼭 3이라는 숫자가 온다는 식의 고정된 사고방식에 사로잡히곤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융통성과 창의성이 부족하다. 이는 골드스타인 교수뿐 아니라 대부분의 미국 교수들이 지적하는 사항이다. 

2009. 6. 21. 13:34

대학생의 학습권 학부모의 교육권을 되찾자!/고등교육법 개정하여 대학강사의 교원지위 회복하라!


대학생의 학습권 학부모의 교육권을 되찾자!

고등교육법 개정하여 대학강사의 교원지위 회복하라!

 

 

오늘의 대학은 취업준비의 전쟁터입니다. 늦어도 3학년부터는 취업 학점 스펙의 경쟁터 입니다. 강의는 대부분 주입식 교육이며 학생은 질문하지 않습니다. 질문하는 학생에게 다른 학생들이 “깝치지 말라! 너만 교수에게 잘 보여 학점을 잘 따려 하느냐”고 왕따 시킵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다행히 취업해도 그에게는 45정이 기다립니다. 다시 40대 이후를 고민해야 합니다. 대학이 산업사회가 지식사회로 넘어가는 데 따른 변화를 거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대학생에게 현실을 알고 분석하고 대안을 상상하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여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충분히 교육시켜야 합니다. 기존의 일자리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사회에서 지속가능한 새로운 수요를 찾고 이를 자신의 일로 변환시키는 능력을 갖게 해야 합니다. 자유롭게 사고하는 대학생활을 4년 동안 할 수 있어야 합니다. 4년 동안 학문을 배우고 현실을 알고 자신을 알고 이것을 소화해 자신의 것으로 바꾸는 고민을 충분히 하도록 해야 합니다. 대학 강의 내용에 자기검열이 없고 주입식 강의방식을 벗어나 토론식 세미나식 강의실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강사가 자신의 학문 소신 양심에 따른 내용과 강의 형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원 지위가 없는 상태에서 강사는 자기검열을 합니다. 지금은 강사가 의과대학에서 담배피해를, 식품학과에서 GMO 피해를 강의 못합니다. 학교나 전임교수가 해당 기업에게서 프로젝트를 받는데 지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강의를 잘리고 40여세 되어 딴 박사학위는 물거품이 됩니다.

 

강사는 1977년 박정희 유신정권의 지식인 탄압과 우민정책에 따라 교원의 지위를 박탈당했습니다. 현재 7만 강사를 포함하여 13만 5천명의 비정규교수에게 교원 지위가 없습니다. 강사는 계약, 4대보험(10여개 대학에서 고용보험 산재보험을 적용할 뿐), 연구비, 연구실, 교수 의견을 말할 권리, 문헌 검색 복사 권리 일체가 없습니다. 사물함도 없어 책 보따리를 강의실에 들고 들어갑니다. 비정년트랙 역시 교원지위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일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한민국처럼 군사독재를 거친 야만의 나라에 남았습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은 오히려 강사에게 교원지위와 추가임금을 주어 강사를 학문발전의 예비세대로 보호하고 학문을 장려합니다.

 

대학은 적립금도 많고 펀드투자도 많고 토지도 많고 매년 건물을 짓습니다. 그러나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을 말하면 대학은 돈이 없다고 합니다. 17대에 민주노동당 최순영, 열린우리당 이상민, 한나라당 이주호 3당 의원이 각기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이주호 의원은 강사에게 국립대 전임강사 초임의 절반인 2250만원, 연간 4617억원을 국고로 지원하는 예산부수법안 발의했습니다. 이 정도는 학진 BK21 HK21 지원금 3조 2500억원의 14%만 전용해도 됩니다. 그러나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반대 로비와 교과부의 복지부동으로 폐기했습니다. 18대에 이상민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나 의결 전망이 불투명합니다.

 

교과부와 한나라당 일부 의원은 강사문제 대안으로 4대 보험 적용을 말합니다. 이것은 강사가 근로자이므로 산재보험을 적용하라는 2007년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노동부가 대학을 감독할 사항입니다. 또 2008년 강사는 주 4.2시간 강의에 강사료가 연 487.5만원을 받습니다. 대학의 입장에서 보면 각기 강의의 절반을 담당하는 전임교수 주 9시간 연봉 1억원에 비해 강사 주9시간에 1천여만원이 들어갑니다. 강사의 강의원가 90%를 목적 외에 사용하며 이것을 공개하면 등록금 인하요인이 됩니다.

무너진 강의실을 살려 대학생의 학습권, 학부모의 교육권을 회복하고 미래 지식한국사회를 대응하는데,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이 급선무입니다. 먼저 강사에게 교원지위를 회복하고 예산이 따른 처우는 부칙에서 뒤로 미룰 수 있습니다.

 

강사가 2007년 9월 7일부터 국회 건너 국민은행 앞에 조그만 텐트를 치고 3년째 농성합니다. 강사 대학생 학부모가 국회 앞, 한나라당 앞, 교과부 앞, 서울대 본관 앞에서 일인시위 합니다.

 

국회는 먼저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하고 처우는 부칙으로 뒤로 미루어라!

교과부는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에 즉각 나서라!

노동부는 대학의 4대 보험 가입을 감독하라!

대학생은 학습권을 찾아 미래를 준비하자!

대학은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을 저지 말고, 등록금과 강의원가를 공개하라!

학부모는 대학 강의실을 참관하자!

 

대학강사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쟁본부 stip.or.kr

서울대 대학생사람연대 club.cyworld.com/parttimelecturer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고대분회 cafe.daun.net/kipuku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www.hakbumo.or.kr

2009. 6. 19. 00:15

대학생과 학습권/김재의 서울대대학생사람연대 대표


대학생과 학습권
2009년 06월 18일 (목) 20:50:48 김재의 서울대 대학생사람연대 대표

 

   
▲ 대학-성 (사진/이광수)

필자가 다니는 서울대 사회과학대는 전공진입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학부생으로 들어와서 1년 동안 전공탐색과목을 듣고 학년 말에 자기가 들어가고 싶은 전공을 고른다. 물론 전공을 선택한다고 해서 다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경제학과 등 인기전공으로 가기 위해서는 높은 성적이 필요하다. 그래서 새내기들은 무슨 수업이 좋은지, 전공탐색과목은 어떤 것을 들어야 좋은 학점을 딸 수 있는지를 묻곤 한다.

인문학적 고민이 없는 친구들

필자가 문제라고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지적인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하다못해 사회과학에 대한 관심, 사회와 인간에 대한 고민을 통해 가치관을 정립하려는 시도 자체가 별로 없다. 학점을 잘 주는 과목이 아니면 사고하고 있는 주제의 폭을 넓히거나 답을 찾기 위해 수업을 듣는 경우란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공부’에 관심이 없는 친구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수업을 통해 그 욕구를 다 충족시키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외부 세미나에 참여하거나 혼자서 공부를 함으로써 이런 욕구를 충족시킨다.

물론 그 역시 소수일 뿐이며 대다수는 수업을 통한 ‘지적 여정’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심지어 ‘숲과 인간’ 이나, ‘화산과 지진’과 같은 과목들을 단체로 듣는 새내기들도 많다. 필자는 새내기들이 결코 흥미가 있어서 이 과목을 듣기로 결정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물론 지질학적인 관심이나 숲에 대해 뭔가 알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새내기들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상당 부분 이 과목을 듣는 배경은 선배들이 이 과목을 수강했으니 강의 평가를 담은 족보를 가질 수 있다는 것과 같은 학년의 동기들이 과목을 듣느니만큼 ‘위기가 오더라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신뢰에 기인한 동기일 터이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동아리 활동은 뒷전 

사실 주어진 상황 안에서 선택을 한 학생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조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대학생의 학습권 자체를 보장할 수 없는 대학의 지적 풍토가 사실 문제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전공을 잘 선택하려면 다른 누군가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관심 있는 과목들을 다 챙겨 들으면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그러니 어느 정도 자신의 지적인 욕구를 포기하면서 학점 잘 주는 과목으로 쏠리게 되는 것이다.

수업뿐만이 아니라 동아리 활동이나 기타 자신의 관심사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제한되어 있다. 혹자는 서울대생이니만큼 졸업하고 나서 먹고 살 걱정이 없으니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 않겠는가, 반문할지 모르고, 또 그런 반문은 지금 한국사회에서 어느 정도 타당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금융연구회나 투자연구회 등 기업에서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스펙과 관련한 부문이 아니면 동아리 활동을 한다고 해도 그것을 취직 전까지 계속하거나 그것을 통해 진로를 모색하는 경우란 찾아보기 힘들다.

취업을 위한 안간힘

필자는 학내에서 자원활동 동아리를 하고 있는데, 이 자원활동 동아리에 4학년이 되도록 남아 있는 사람은 정말 손에 꼽을 만하며, 그나마도 동아리 활동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던 사람들 중 다수는 학점교류나 군대 등을 갔다 오면 가끔씩 술자리에 나오는 것 외에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다. 그들의 의지가 부족하거나 소외감을 느껴서 그런 게 아니라 주변의 사회적 환경이 그것을 강제하는 것이다.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위에 짧게 언급한 것처럼 개인적인 이득이나 자신의 경력과 관련된 부분은 적극적으로 찾아 하고, 그것을 취직 전까지도 계속하면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의미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대에서 금융이나 모의투자와 관련된 학회들이 리크루팅을 하면 적게는 100여 명, 많게는 그 이상의 인원이 몰려든다. 반면 인문사회과학을 공부하는 학회나, 연극단 등의 단체들은 매 학기를 유지하기 힘들다. 심한 경우 회원이 한 자리수로 줄어 그 다음 학기에 해소되거나, 일시적으로 붐을 맞아 부흥한다고 할지라도 인원수가 얼마 안 되고 경험부족 등의 이유로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 와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것을 통해 스스로를 성장시킨다는, 사회에서 통하는 보통 상식은 대학가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던 금융 연구 동아리와 같은 경우 금융공학이나 경제학을 공부한다는 기쁨을 가진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뒤에 어쨌든 기업으로부터의 특채 채용이라든지 면접에서의 좀 더 나은 기회와 같은 변수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보면, 이 전반적인 대학사회의 현실이 더 우울하게 보이지 않는가.

도대체 이런 일이 왜 일어날까? 이걸 가능하게 만드는 맥락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같은 거시적인 변수들 뿐만 아니라, 지금 한국사회에서 대학이 노동시장과 연계하여 기능할 수밖에 없는 조건과, 대학 당국이 항상 되풀이하는 학교의 재정적인 문제와 학교의 장기적인 목표 같은 것도 그 안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선 대학이 공부를 하는 곳이고, 그 공부를 통해서 고등학교 3년을 거치면서 형성된 창의력 빈곤의 상태를 극복하는 위상을 분명히 가지고 있어야 함에 반해 우리나라의 대학은 그런 것들이 전무하다는 사실이고, 대학당국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일을 분명히 함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사장의 비리와 친인척 문제, 부정축재로 얼룩진 사립대야 그렇다 치더라도, 공립고등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대까지 그러는 건 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서울대에서만 세 분의 비정규직 교수 자살

나는 비정규강사 문제가 이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교수 혹은 강의담당자에게 어떤 취급을 하는지의 여부가 ‘교육’에 대해 대학이 어떤 인식을 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서울대의 경우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세 분의 비정규강사들이 자살하셨다. 세 분 다 인문대 출신이셨고, 생활고와 교수임용 등 복합적인 문제 때문에 돌아가신 것으로 알고 있다. 선생님들이 자살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리고 이런 조건에서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얼마나 학생들에게 여유를 가지고 수업을 하실 수 있으며, 학생들을 하나의 제자로서, 하나의 인간으로서 충분한 지적 성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수 있겠는가?

실제로 서울대의 경우 교양수업 60~70%를 비정규강사들이 담당하고 있다. 반면 강사들이 받는 임금은 1년 1080만 원, 한 달 90만원을 조금 넘는다. 3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 97만원을 밑도는 액수다. 서울대 소속의 강사 1251명에 대해 주어지는 편의시설은 공동연구실 33개, 휴게실 7개뿐이다. 사회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가치관이 정립되는 수업의 다수를 비정규강사들이 담당하고 있는데, 이 분들에 대해 대학 당국에서 신경 쓰지 않으니 열악한 강의와 열악한 학부생이 재생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서울대는 지난 2009년 3월 비정규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조치들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정규강사를 1~3년 계약직의 강의교수로 바꾸겠다는 것이 골자인데, 의의는 있겠지만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수는 없다. 문제가 진정 해결되려면 비정규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지금의 법조항이 바뀌어야 한다. 현행법상 선생님으로 인정하지 않으므로 대학에서 선생님 대접을 해주지 않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고, 이것은 서울대를 넘어 다른 대학에도 적용될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의 기업화, 비정규교수의 열악한 교육환경

기실 앞에서 언급했던 여러 가지 문제들과 비정규교수의 문제는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대학생들이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유가 비정규교수가 열악한 환경에서 강의를 하기 때문이고, 또 역으로 비정규교수가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는 것은 전반적인 대학교육의 기업화 - ‘실용화’와 연계되어 있는 움직임 때문이기도 하다. 동아리 활동을 안 하는 이유는 사회에서 동아리 활동에 대한 보상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고, 그것을 통한 개인의 성장가치에 적절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국 ‘지식과 창조’와 같이 서울대 본부에서 지향하는 가치와 정반대의 방식으로 대학사회가 움직이고 있으며 그 큰 변화의 부작용이 비정규교수에 대한 처우 문제, 그리고 대학생들의 지적 위기로 표현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대학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의 문제를 둘러싸고 학생들과 비정규교수들은 손에 손을 맞잡고 있는 셈이다. 서로의 문제가 서로에 연동되어 있는 것이다.

3년쯤 전 내가 대학에 들어왔을 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인 신영복 선생님이 와서 강연을 하셨다. ‘대학은 기성 이데올로기의 아성이기도 하지만 비판적인 지성의 장이기도 하다’ 라는 구절이 참 기억에 남았다. 지금 대학은 점점 전자처럼 변해가고 있다. 행동이 필요할 때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

김재의(서울대 대학생사람연대 대표)

2009. 6. 17. 17:17

논문, 김영곤, <비정규교수의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기억과전망 20호

학술지 ‘기억과 전망’ 20호 발간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편집국, 2009-06-16 오전 1:45:49  
(뉴스와이어)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 연구소가 학술지 ‘기억과 전망’ 20호를 발간했다.

이번 호는 ‘한국 정당정치의 위기와 과제’란 주제로 4편의 논문을 특집으로 꾸몄다. 현장논단으로 1편의 논문이 실렸으며, 일반논문 5편이 함께 게재되어 있다.

 
특집의 첫 번째 논문인 “‘개별정당의 위기’분석을 위한 이론적 모색”에서 김윤철(서강대 박사수료)은 한국정치에서도 심각한 문제인 정당위기문제를 ‘개별정당의 위기’에 초점을 두고 이론적 논의를 검토했다. 그 결과 개별정당의 위기는 환경적응능력의 결핍에 따른 것이라고 파악하고 그 해법을 리더십과 유인정치(the politics of incentive)'에서 찾는다.

두 번째 논문인 “정당정치의 발전을 위한 선거제도의 개혁”에서 김용복(경남대)은 정당정치의 발전, 특히 지역에서의 정당정치 활성화를 위해 비례대표제의 확대와 함께 비례대표의 명부작성의 민주화 혹은 개방화를 동시에 추진할 것을 강조한다. 그 구체적 대안으로 명부작성에 유권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일본의 ‘석패율제도’의 활용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세 번째 논문은 “민주노동당의 분당 과정 연구”로 조현연(성공회대)은 2004년 17대 총선으로 원내로 진입한 민주노동당이 2007년 17대 대선참패 직후 분당하는 과정을 정파, 제도, 리더십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벽익(성균관대 박사수료)은 “정당체계와 복지정치”란 논문에서 민주화세력의 집권 및 진보정당의 의회진출에도 불구하고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된 역설을 분석한다. 이 글은 그 주요원인으로 보수-자유주의의 지배적 정당체계라는 특성과 그 틀 내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복지정치가 노정했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현장논단에서는 실천의 영역에서 제기되고 있는 주요이슈 중 하나를 논문으로 소개하고 있다. 오랫동안 비정규교수 교원지위 회복문제의 해결에 몸담고 있는 김영곤(고려대 강사)은 “비정규교수의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란 기고를 통해 비정규교수제도 출현의 역사적, 정치적 배경으로부터 현 실태에 대한 검토를 통해 비정규교수의 문제가 대학교육의 정상화와 밀접히 연관되었음을 밝히고, 문제해결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대학-국회-교과부의 트라이앵글임을 강조한다.

그 외, 일반논문에는 정치분석의 대상으로 ‘하위주체(subaltern)'개념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그 적용으로서 4월혁명을 검토한 “‘하위주체’와 4월혁명”(이승원-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과거사의 상흔에 대한 사회적 치유의 일환으로써 국가가 주체가 된 청산작업을 대상으로 하여 제도적 유형화와 그 효과를 분석한 “‘과거사’의 상흔치유와 효과에 대한 성찰”(정호기-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이 실려 있다.

또한 권위주의적 통치기에 민주헌정질서, 자유민주주의가 반공, 안보주의와 성장만능주의로 왜곡된 과정을 분석하는 “정치권력의 헌정질서 유보 및 파괴에 관한 연구”(이영재-동국대 강사), 민주화 이후 정치의 사법화 문제의 핵심을 의회의 문제해결능력 부재로 보고, 의회기능의 정상화와 정당기능의 활성화를 근본방안으로 제시하는 “민주화 이후 정치의 사법화에 관한 연구”(오승용-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마지막으로 최근 시장만능주의의 부정적 효과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공공성’의 본질을 설명하고, 공공성 강화를 모색하는 정치개혁의 핵심으로 시민의 직접참여와 대의제도의 조화를 강조하는 “‘정치’로서의 공공성과 한국 민주주의의 쇄신”이 게재되었다.

서평으로는 이소선 여사의 삶을 담은‘지겹도록 고마운 사람들아’(오도엽 씀, 후마니타스, 2008)와 군의문사 사건관련 유족들의 이야기가 담긴‘돌아오지 않는 내 아들’(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엮음, 삼인, 2009) 두 권에 대한 문학평론가 이명원의 글이 실렸다.

2009. 6. 15. 17:04

강사의 교원지위는 대학생 학습권 회복의 고리


강사의 교원지위는 학습권 회복의 고리

 

 

김영곤(고려대 강사, 경영학)

            

 

비정규교수들이 대학 강사 교원지위 회복 고등교육법 개정안의 의결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 텐트를 치고 613일째 농성하고 나도 참여하고 있다.

 

대학에서 연구 강의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는 교수로서 교육자이며 노동자다.

강사는 노동자로서 2007년에서야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근로자성’을 인정받았다. 근로자라면 근로계약을 하고 4대보험을 제공받아야 한다. 고대는 올 3월 강사에게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을 제공했다. 근로계약과 의료보험, 국민연금은 아직 없다. 고대는 연 시간강의료가 1, 2강좌에 480〜960만원으로, 전임교원 보수의 10분의 1 수준이다.

 

또 교육자로서 헌법의 교원지위를 법으로 정한다는 규정에 따라 고등교육법에서 교원이어야 한다. 강사는 1949년 제정한 교육법(나중에 고등교육법을 분리)에서 교원이었다. 1977년 박정희 정부는 유신독재를 비판하는 교수는 제명하고, 학생은 군대로 보내고, 강사에게서는 교원지위를 박탈했다. 현재 전국에 강사 7만여명에 강의교수 연구교수 겸임교수 석좌교수 비정년트랙 등을 합해 비정규교수가 13만 5천여명이다. 전임교수는 6만여명이다. 강사는 대학 강의의 절반을 담당하지만 교권이 없으면서 신분, 연구실, 연구비, 문헌자료의 검색 복사, 강의개설과 같은 학사행정 참여 권리가 없다.

 

더 큰 문제는 강사의 신분 불안이 강의실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주체적이며 독립적인 강의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강사는 경영학 사회학에서 삼성 노동조합, 철학 미학 정치학 법학에서 국가보안법, 교육학에서 대학생의 수업권 학습권 교육권, 언론학에서 언론자유, 행정학에서 공권력, 의학 생명공학에서 생명윤리 같은 것을 현실의 쟁점을 강의하지 못한다. 또 암기위주 일방적 주입식 강의를 벗어나 질문 대답 토론 대화 세미나가 있는 수업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교육 조건이 제대로 되면 강의실에서 대학생이 그 학문의 기본 원리와 현실을 바탕으로 토론하여 대안을 도출해 그는 창의적인 인간으로 바뀌어 사회로 나갈 수 있다. 이렇지 못한 죽은 강의실의 존재는 수업의 질을 낮춰 대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한다. 이는 학부모의 교육권 침해요, 지식 한국사회의 대학교육 붕괴다. 또 전망도 없고 생활도 안 되는 대학 강사의 존재는 사회에 학문을 기피하고 치․의학, 법학 전문대학원을 선호하는 풍조를 만들었다.

 

대학은 고등교육법 개정을 완강히 반대한다. 17대에 최순영(민노당), 이상민(열린우리당), 이주호(한라당) 의원이 개정안을 각기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국회 교육위원회는 대학들의 로비에 밀려 책임을 교육부에 미루고 슬그머니 폐기했다. 이면에 교수는 교과부장관이 되고, 그는 다시 총장이 되는 인사 회전문이 있다. 18대에 이상민(자유선진당) 의원이 대표발의했지만 의결 전망을 밝지 않다.

 

대학 강의실을 붕괴시키는 대학-국회-교과부의 트라이 앵글에 맞서는 힘은 어떤가?

교육의 공급자인 강사와 전임교수에게는 그럴 힘도 의지도 미약하다. 비정규교수노조는 법 개정 투쟁을 방해할 정도다. 국회 앞 농성을 처음에는 20여명이 시작했으나 지금은 2,3명뿐이다. 나는 강의하는 시간을 빼고는 일주일 내내 텐트에서 기거한다.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 학부모, 사회는 어떤가? 최근에 학생들이 학습권을 찾으려 한다. 고대 세종캠퍼스 학생들은 지난해 11월 4, 5일 강사 문제, 학습권을 이해하고 돕는 주점행사를 열었다. 서울대생들은 서울대 강사 3명의 자살에 충격을 받고 살아 있는 강의를 요구하고 또 학문의 길을 미리 닦으려 교과부 앞 등에서 13개월째 일인시위한다. 학부모들도 입시를 넘어 자녀의 대학교육 내용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사회도 이제는 대학교육을 정상화시키고자 한다.

 

대학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은 죽은 대학 강의실을 살리고 대학생의 미래를 여는 길이다. 또 대학의 구조를 민주화시켜 재정을 투명하게 해 교육원가, 강의원가를 공개한다면 등록금 인하요인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학생은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을 돕는 것이 아니라 강의의 질을 높인다는 주체적인 입장에서 법 개정 투쟁에 참여해야 한다. 대학생이 이에 적극적으로 함께 하기 바란다.

2009. 6. 15. 17:01

왜 우리의 관심은 대학입시까지인가/이득재/지금여기 연재 시작

왜 우리의 관심은 대학입시까지인가
[오늘, 대학을 본다 -1]
2009년 06월 14일 (일) 22:39:02 이득재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서는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쟁본부'와 함께 오늘날 대학문제를 진단해 보는 기획연재를 마련했습니다.  <프레시안>에서는 비정규교수의 교원지위 회복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벼랑끝 31년 희망없는 강의실>을 연재한 바 있는데, 이번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기획은 대학 전반의 문제를 짚어보려고 합니다. 

     사람들이 대학에 관심을 갖는다. 정확하게 말하여 '자녀의 대학입시까지'입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에서는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면 탈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식사회에서 대학은 교육과정에서 사람을 마지막으로 가다듬고 전문지식을 생산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다시 돌아보아야 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학의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잘 모릅니다. 대학에서 일하는 사람부터 대학을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제 대학을 들여다보기로 합니다.          -편집자 

 

   
▲ 아이들은 입시지옥을 견디기 위해 매일 밤 독서실에서 잠을 청한다. (사진/손정옥)

아이를 고등학교에 진학시키지 않았다. 고등학교 배정을 받고 예비소집일이 있던 날 전까지 일말의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러다 멀쩡한 아이 인생 망치는 것 아닌가.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인생의 목표가 스카이대학 입학뿐인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공교육 현장에 보낸다는 것도 한 편으로는 엄청 씁쓸한 기분이 드는 일이었다.

로또 한 장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듯이 어떤 방식으로든 스카이대학 입학 한 방으로 모든 것을 끝내고 마는 이 일차원적인 사회에서 어차피 모든 것이 모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나도 한 방에 끝내자.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시키고 그 남는 시간에 정말로 아이에게 공부할 시간, 인생을 즐길 시간, 세상을 탐험할 시간을 주자. 아이들을 교육훈련소가 아니라 입시훈련소에서 사육시킬 일이 아니라 스스로 세상을 겪고 스스로 인생을 디자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그러나 그러면서도 나 또한 불확실한 미래에 모험을 거는 것 같아 불안의 그림자가 쫓아다닌다. 나도 결국 배팅하는 것 아닌가. 투기와 모험의 차이는 무엇인가. 내가 선택한 모험도 결국은 계급적인 투기 아닌가.

대한민국 교육은 노동이자 모험 내지 투기일 뿐

대한민국에서 교육은 전인교육이 아니라 전과목교육일 뿐이고 노동이자 모험 내지는 투기일 뿐이다. 대학이라도 나와야 어디 명함을 내밀고 시집 장가라도 갈 수 있으니 대학을 안 갈 수도 없다. 대학 입학은 학문의 맛을 경험하고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따라지 인생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계급적 선택이다.

어느 대학을 들어가는 가에 따라 성골 진골 그리고 6 두품의 신분이 결정되는 마당에 대학입시에 모든 것을 배팅할 수밖에 없다. 김혜수만이 타짜가 아니라 대한민국에 자식을 둔 부모들은 모두 김혜수 같은 타짜다. 천문학적인 숫자의 사교육비는 말하자면 거대한 교육투기판이 대한민국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의 증거일 뿐이다. 부모의 ‘사랑’으로 교육투기판에 몰린 학생들은 오늘도 수행돌격대원임을 자임하며 입시기계로 성장한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특목고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 군대식 푸샵을 시키는 대한민국 교육현장은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배팅으로 일거에 일확천금을 거두어들이고 스카이대학에 입학하는 것 외에는 다른 목적이 없다. 사교육비로 얼마를 투자했든 간에 스카이대학을 졸업해서 그 투자금을 회수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스카이대학을 나오면 투자금 회수 이외에 사회적 자본 같은 부수적인 이득이 엄청 불어난다. 검정고시에서도 이 교육투기열풍은 온존한다. 쉬운 문제가 나오는 검정고시를 악용해 서울대를 들어가는 길을 획책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에서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검정고시든 교육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는 철저하게 차단되어 있다.

전교과목 문제풀이 폭식 교육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은 전인교육을 빙자한 전교과목 문제풀이 훈련으로 과식 정도가 아니라 폭식 상태에 이른다. 지식이 아니라 정보의 지나친 섭취로 인해 아이들은 대학에 들어오면 일거에 지식거식증 환자로 전락한다. 주입식 문제풀이로 인한 정보과식증이 대학에서 지식거식증으로 변하고 대학은 대학대로 지식 섭취를 거부하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과식증을 방치하거나 한 술 더 떠 대학에서 배출시킨다.

지식 섭취를 거부하는 아이들에게 학문의 맛을 느끼는 즐거움 같은 것은 대한민국 대학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토익 점수, 각종 자격증으로 상품의 질만 높이면 그만이다. 대학공시제를 통해 대학생이 아니라 학원수강생을 꽉 꽉 채우면 그만이다. 학생이 아니라 현찰 들고 찾아오는 돈 덩어리들 아니던가!

대학입시, 낙타구멍으로 들어가기 위한 전쟁, 거기까지..

우리의 관심은 딱 여기까지다. 대학 문을 두드리는 순간 계급이 확연하게 나누어지고 스카이대학과 지잡대(지방 잡대학교)로 양분된다. 전 지구적으로 그리고 국내적으로 사회 구조가 허리가 잘룩한 모래시계 형태로 변해 가고 귀족계층이 거주하는 스카이가 점점 더 좁아지는 마당에 너도나도 그 낙타구멍에 들어가기 위한 전쟁을 치른다.

아파트 투기 광풍이라고 하지만 그 광풍이 제대로 빛을 발하려면 무조건 스카이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 개성, 인격, 학문 같은 것들은 모두 공염불이고 사치품일 뿐이다. 신자유주의의 화신인 영국의 수상 대처가 역사학을 가리켜 사치품이라 말하지 않았던가. ‘위브 더 제니스’ 같은 두산 건설의 광고 문구처럼 하늘을 찌르는 아파트에서 살자면 아파트 투기 광풍 이전에 교육투기 광풍이 전제되어야 한다.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이 아니면 그나마라도 스카이대학을 나와 돈과 권력을 거머쥐어야만 성골 진골로서 축구장 같은 아파트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반에 영어 만점이 수십 명 씩 되는 나라, 아차 해서 잠시라도 실수하면 이 등급으로 떨어지고 스카이대학은 저 멀리 하늘로 날아간다. 일등급과 이등급 사이의 거리는 절벽보다 더하다. 학생들이 소도 아니고 횡성한우도 아닌데 학생들을 일등품으로 제조해내는 대한민국의 교육 현장에서 무엇을 기대한다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다. 희망이란 단어 자체가 이미 기대할 것이 드물다는 뜻 아니던가.

세계 자본주의가 이미 헐값의 임금으로 학생들을 크리넥스 일회용 노동자로 전락시키고 거기에다가 파견노동, 일용직노동 등 불안정고용을 일삼는 마당인지라 교육을 통해 새로운 계급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쟁이 불가피하다. 즉 우리는 지금 교육이 아니라 수능 사인펜을 든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말이다. 하류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전쟁을 대리 수행하는 곳이 대한민국의 교육 현장이다.

일회용 크리넥스 같은 비정규직 교수

이러한 마당에 대학 교육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비정규직 교수들이 크리넥스처럼 일회용 노동자로 전락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일 것이다. 비정규직 교수들을 학문을 핑계로 공공근로사업으로 낚아 놓고 스스로가 매트릭스에 걸린 줄을 자각한 비정규직 교수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야만스러운 풍경에 이제는 진절머리가 난다.

봄이 왔지만 목련꽃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글 나부랭이나 쓰면서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얼마 전 김 종철 교수가 대학에서 돈과 권력을 불나방처럼 쫓아다니는 무능한 교수들을 내모는 방법으로 교수들 임금 삭감을 주장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백번 공감하는 바이지만, 그 돈으로 다 같이 연대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는 없을까. 이미 장터로 변질된 대학에서, 참으로 숨쉬기조차 힘들고 역겹다.
인생의 목적이 대학입시까지이고 아이비리그 대학 내지는 스카이대학 입학까지라니. 사막화로 인해 대한민국을 덮치는 중국의 황사를 바라보면서, 정작 더 두려운 것은 중고등학교 및 고등교육을 포함해 지성의 사막화가 대한민국의 교육 현장에서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

이득재(대구가톨릭대학 교수)

 


2009. 6. 13. 21:11

대학교육 문제 해답은 대학 강사 교원신분 회복이 관건

         용산참사 현장 생명평화 미사에 참석한 김영곤, 김동애씨


농성 640일을 이어가는 김동애, 김영곤씨 부부

서울 국회 앞, 작은 천막에서 김동애(소화데레사), 김영곤(고려대 강사)씨가 비정규 대학 강사 교원지위 회복을 위해 640일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대학 전임교수 6만여 명에 두 배가 넘는 13만5천여 명의 비정규 대학교수들 중 7만여 명은 연평균 990만원 봉급을 받으며 강사생활을 하고 있다.


정규직 교수와 임금차이는 무려 10배, 연구실, 휴게실도 없고 대학교육에 참여할 권리도 없이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 바로 비정규 대학 강사들이다. 계약서도 없이 강의를 맡아 달라는 말을 들어야 일할 수 있는 비정규 대학 강사들, 반대로 강의 요청 연락이 없으면 자동적으로 해고통보가 된다.


이런 대학비정규 강사들의 현실을 정리한 책 <비정규교수 벼랑끝 32년>(김동애외 32인)이 지난 4월 20일 출간되기도 했다. "대학 강사가 법적으로 교원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는 김동애(소화데레사)씨는 이 싸움을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비정규 대학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을 위한 법 개정 발의는 2004년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을 시작으로, 2006년 열린우리당, 2007년 한나라당, 지난 대선을 앞두고도 공약으로 채택되었다.


그러나 대학들의 로비에 밀려 결국 책임은 교육부로 미뤄지고 법안은 슬그머니 폐기되고 있다. 김영곤 씨는 "교육권 없는 강사의 불안한 신분 때문에 부실 교육 등 학생에게 피해가 간다"고 설명한다. "주요 대학재단을 재벌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당국의 통제를 받는 강사는 재벌 입맛에 맞는 교육만 하게 된다. 사회비판적 창의성 있는 교육이 아니라 암기위주로 대학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철학에서 '국가보안법', 경제에서는 '분배와 내수', IT관련학과에서는 '인터넷 실명제' 등이 다뤄지지 못한다" 고 지적했다. 김영곤씨에 따르면, 사회 비판적 강의를 못하는 대학강사 문제는 결과적으로 학문을 죽게 만들고, 유능한 학생들이 로스쿨과 치의학 전문대학원으로 몰리게 하는데 "교육권 없는 대학비정규 강사 문제는 학생의 학습권, 학문의 문제이며,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한다.


김영곤, 김동애씨가 640일 농성을 이어오고 있지만 소속노조(한국비정규교수노조)의 지원이 미흡하다. 한국비정규교수 노동조합측은 2007년 12월 이후부터 2009년 3월까지 년 예산 2,000만원을 지원하지 않았고 이들은 개인 빚을 내 농성을 이어왔다.


결국 노조 측에서 지원한 500만원과 개인후원 등으로 빚을 정리한 상태다. 김동애 씨는 "노조가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부실 교육 피해자인 학생, 학부모와 함께 '대학 강사 교원신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쟁본부'를 구성해 싸움을 이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곤 씨는 "교수노조,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대학교육연구소 등이 법 개정 싸움을 방해하는 흐름에 편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이 글은 '가톨릭 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에도 실렸습니다.

            농성장 모습